사회 사회일반

불안불안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전에 재입법 목소리 [법조 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5 18:17

수정 2021.12.05 18:17

법조계도 우려의 시선
경영책임자·의무 사안 등
추상적이라는 지적 이어져
사망사고 위험 높은 건설업계
시범케이스 걱정에 경영 위축
노동계는 사각지대 불만 여전
지난 9월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 합동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 합동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빠진 '사각지대'를 이유로 법의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경영계는 법 자체의 추상성으로 인해 과잉 처벌과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당장 법이 시행될 경우 위반 사례에 대한 검찰의 기소, 법원의 판단, 대법원의 최종 결론 등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선 시행 후 재입법 등의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3기 신도시 공급 차질 생길 판"

5일 법조계와 경영계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건설업계가 가장 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 등 개인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안전 시설의 설치, 유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의무 조치와 별개로 사망사고라는 결과가 발생할 경우 적용된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주최로 지난 1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전·보건 확보에 대한 의무 위반이 고의 행위에 국한되는 것인지, 과실도 포함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경우 처벌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고의의 의무 위반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월 18일 중대재해관련 해설서를 배포하며 그동안 지적돼 온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관련 의무 사안 등에 대한 해설서를 배포했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재사망 사고가 가장 많은 건설업계의 경우 법 적용 초기에 시범적인 '마녀사냥'이 이뤄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약 900여명으로 전체 사망사고 중 추락사가 약 40%에 달한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의 50~60%는 추락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단독주택 위주의 외국과 달리 대부분 주택 비율이 고층 건물인 아파트라 산재 사고 중 추락사 비율이 가장 많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가장 먼저 본보기가 돼 과잉 처벌 될 수 있다는 우려로 건설사의 3기 신도시 개발과 시공도 지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사각지대 지적

노동계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 법 적용의 실효성, 경영계의 반대 등 이유로 빠진 부분에 대한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의 경우 포함된 질병은 화학물질로 인한 급성중독증과 일사병, 열사병 등이다. 하지만 택배노동자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걸리는 근골격계 질환은 빠져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복되는 과로와 고된 육체노동자의 환경을 고려해 시행령 등에 근골격계 질환 등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대학원장)는 "과로, 스트레스, 골격근계 질환의 경우 오랜시간 누적된 결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데 명확하게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노동계의 경우 법 적용 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경영계는 반대로 과잉 적용을 우려하는 상황이라 법 적용 이후에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산업재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는 중대시민재해의 경우도 시행령 상에서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는 '교량'과 '터널' 등이 포함된 반면 '도로'와 '건설·철거 현장'은 빠졌다.

광주에서 건물이 무너져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붕괴 사고'의 경우 인명피해를 초래했지만 도로에서 발생한 철거 현장 사고라 법 적용 이후에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같은 인명 사고가 터널이나 다리 공사에서 발생하면 처벌이 되지만, 도로면 처벌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결론에 수년… 재입법 필요

법 시행이 시작되고(내년 1월27일)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검찰과 경찰 등 수사 기관은 법에 따라 유죄 입증을 위해 폭 넓게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역시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 판례를 쌓기까지 적게는 2~3년 많게는 5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박지순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이후 검찰의 기소 범위, 기업과 노동계의 대응, 여론 등의 평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는 3~5년이 지나기까지 혼란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법 시행 이후 국회 등을 중심으로 재입법 논의를 진행하거나 사회적 대화 등을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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