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소극장 산울림, 26일까지 공연
한 인물의 경이로운 인생엔 감동이 있다.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1841-1904)의 삶과 음악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미지의 신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평생 보헤미아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그의 삶을 연극으로, 체코 민족의 정서가 깊이 배어있는 그의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들려준다.
지난 2013년 시작된 극단 산울림의 '편지콘서트'는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등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을 클래식 라이브 연주와 연극으로 조명한다.
극은 드보르작과 그를 취재하는 기자의 대화로 흘러간다. 기자는 때로는 질문자로, 때로는 해설자로 드보르작이 살아온 자취를 되짚으며 그의 일생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프라하에서 긴 음악적 수련 기간을 보낸 그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국비 장학생 선발에 지원하게 되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브람스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브람스는 드보르작의 멘토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평생에 걸친 우정을 잇게 된다. 하지만 음악가로서 빛을 발하고 명성을 얻게 된 그는 세 아이를 잃는 비극도 겪었다.
특히 그는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초대받아 미국에 4년 가까이 체류했고, 이 시기에 음악적 영감을 받으며 명곡들을 탄생시킨다. 그는 신대륙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용기를 냈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인종, 그 다양성이 신대륙의 장애가 아니라 기회가 될 거라고 봤다.
드보르작의 인생 파노라마를 95분에 압축한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건 어느 곳에 있든지 보헤미아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키려 한 그의 예술적 정신과 영혼이다. 비올라 연주자에서 민족을 위해 작곡에 뛰어든 그는 평생 고국 체코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63세 나이로 세상을 뜨며, 1918년 체코의 독립을 끝내 보지는 못했다. "그의 영혼은 언제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해설자의 마지막 말은, '드보르작, Going Home'의 제목을 다시금 새기며 먹먹함을 안긴다.
새로운 세계인 신대륙의 설렘을 담은 '현악 4중주-아메리카', 보헤미아 정서가 담긴 '슬라브 무곡', 아이를 잃은 슬픔이 담긴 '집시의 노래-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통통 튀는 선율로 귀에 익숙한 '유모레스크', 대미를 장식하는 '교향곡 9번-신세계로부터'까지 그의 감정과 음악 세계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산울림 관계자는 "'편지콘서트' 드보르작 편은 지난해 12월에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일주일 전에 공연을 취소했었다. 대신 온라인으로 전환해 하루 공연을 선보였는데 1900명 정도 봐주셨고 반응이 좋았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워서 올해 다시 공연을 올리게 됐고 감회가 새롭다. 이 공연으로 따뜻한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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