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블록체인·가상자산 2021 결산] 가상자산 제도화에 팔 걷어붙인 각국 정부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3 16:33

수정 2021.12.23 16:33

우리나라 올해 특금법 시행...진흥법 논의 본격화
미국, 가상자산 정책 마련 및 전담기구 지정 논의 중
유럽,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초점 맞춘 제도 발표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 제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상자산이 자본시장에서 주류로 속속 편입되는데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기업들이 속속 가상자산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등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 나라가 투자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을 끌어안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받은 韓, 내년에는 산업법 논의 기대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올해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제를 도입했다. 총 42개 사업자가 신고서를 접수한 가운데 29곳의 거래소 및 지갑사업자 등이 신고수리를 받았다. /사진=뉴스1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올해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제를 도입했다. 총 42개 사업자가 신고서를 접수한 가운데 29곳의 거래소 및 지갑사업자 등이 신고수리를 받았다.
/사진=뉴스1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2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발효하고, 본격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업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총 42개 가상자산사업자가 신고서를 접수, 이 가운데 24곳의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의 지갑사업자 및 수탁사업자가 신고 수리를 받았다. 5곳은 유보됐으며, 8곳은 신고를 철회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내년 3월 25일부터는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자금이동추적(트래블룰)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전송할 때 송신인과 수신인의 이름 및 계좌 등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내역 저장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2023년부터는 가상자산 거래 수익에 대한 과세도 예정돼 있다.

올해 국내 가상자산 제도가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 산업 진흥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 설립'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 행위를 단속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 산업의 진흥을 지원할 전담기구인 이른바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는 현재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수용해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산업 특성에 맞는 투자자 보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가상자산법안 13개가 제출돼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향후 5년 간 가상자산 관련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주요 대권주자들의 관련 공약도 관심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선도해야한다"며 "가상자산 시장질서가 안정됐을 때 비로소 가상자산 시장이 발전하고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및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국가가 거래를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세금을 걷겠다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美, 제도 마련 및 전담 감독기구 지정 논의

주요국 가상자산 제도화 현황
주요국 내용
대한민국 올해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 도입. 정치권 중심으로 전담기구 및 진흥정책 필요성 대두
미국 가상자산 정책 스프린트 이니셔티브‘ 통해 정책 마련 중.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전담기구 결정될 듯
유럽 유럽연합(EU)이 지난 해 9월 ‘가상자산시장 규제(MiCA)‘ 제도 발표. 유럽 내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초점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지난 1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파생상품에 대한 마케팅, 유통, 판매 금지.
중국 올해 가상자산 거래 및 채굴 전면 금지
일본 2017년부터 거래소 등록제 시행. ‘자금결제법‘ 통해 사업자들 엄격하게 규제
싱가포르 2020년 ‘결제서비스법‘ 도입해 통화청(MAS) 주도로 거래소 허가제 시행
스위스 2020년 ‘블록체인법‘ 통과 후 가상자산 사업 합법화. 가상자산에 우호적 규제 환경 구축 전망

미국은 가상자산 관련 제도 마련 및 전담 감독기구에 대한 논의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가상자산 관련 제도는 연방준비제도(Fed),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이 지난 달 구성한 '가상자산 정책 스프린트 이니셔티브'를 통해 마련한다.

이들은 제도권 은행조직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가상자산 매수와 매도의 촉진 △가상자산 담보 대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배포 △대차대조표상 가상자산 보유 관련 활동 등에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관련 일관된 용어를 사용하도록 용어를 개발하고 △가상자산 관련 안전성·건전성, 투자자 보호, 규정 준수 등 위험요소를 파악·평가하며 △기존 규정 및 지침의 적용 가능성을 분석할 예정이다.

관리 감독 권한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한 곳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EC는 유가증권의 현물시장을 감독하고, CFTC는 파생상품 시장을 감독한다. SEC와 CFTC는 파생상품을 기초로 하는 ETF 상품에 대해 공동 관할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도 두 기관이 함께 규제하고 있다.

현재 두 기관 모두 가상자산 현물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하지 않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단일 감독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U "가상자산의 혁신 지원"

유럽은 유럽연합진행위원회(EC) 주도로 '가상자산시장 규제(MiCA)' 정책을 마련했으며, 유럽연합(EU) 의회를 통해 입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로이터
유럽은 유럽연합진행위원회(EC) 주도로 '가상자산시장 규제(MiCA)' 정책을 마련했으며, 유럽연합(EU) 의회를 통해 입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로이터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제도 마련에 착수했다. 유럽연합진행위원회(EC)가 지난 해 9월 발표한 '가상자산시장 규제(Regulation on Markets in Crypto Assets, MiCA)'를 통해서다. 이는 가상자산 발행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입법이 완료되면 EU 회원국 전체에 통용된다.

EC는 최근 "MiCA의 목적은 혁신을 지원하고, 금융 안정성을 보존하며,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의 잠재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MiCA는 기업들이 2022년부터 주식·채권 등 자산 클래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한다. 또 라이선스 시스템을 통해 EU 내에서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월 회원국들을 향해 "MiCA는 가상자산이 빠르게 진화해 EU 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건전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정책 입안자로서 우리의 정책이자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회원국들에게 연내 MiCA 규정에 동의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제도권 금융시장의 패권을 두고 역사적으로 경쟁한 스위스로 가상자산 금융 주도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단속에 대해 단일화된 규제 기준을 적용하고, 제도권 내에서 가상자산 현물 거래 및 파생상품 거래를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향후 MiCA가 EU에서 입법되면 회원국 내 △가상자산 보관 및 관리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운영 △가상자산과 법정화폐의 교환 △가상자산 간 교환 △가상자산 거래 중개 등의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운영된다.
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한번 허가를 받으면 EU 회원국 내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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