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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 피하겠다" 리모델링 아파트 29가구만 신규분양 [리모델링 규제 첩첩산중 (上)]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6 17:28

수정 2021.12.26 17:28

30가구 이상 분양 분상제 대상
도심 주택공급에 오히려 걸림돌
리모델링 관련 법률 정비 필요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재건축 규제가 장기화되며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사업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서울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며 사업성이 약화되고 있고, 집 구조를 바꾸기 위한 내력벽 철거 등 정책 발표는 지연이 거듭되며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조합원 및 건설업계와 정부 입장이 맞서는 쟁점에 대해 파이낸셜뉴스가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피하기 위해 29가구만 추가로 일반분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으로 30가구 이상 일반분양을 할 경우 분상제가 적용되는 만큼, 리모델링 조합들은 분양가를 높게 받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가구 수 조정에 나선 것이다. 조합원들은 리모델링의 분상제 적용이 제외되면 도심지 주택 공급 역할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상 정해진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분상제에 발목잡힌 주택공급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오금동 아남아파트는 기존 299가구(지하 2층, 지상 15층)를 328가구(지하 3층, 지상 16층)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2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허용된 이후 처음 착공한 단지다. 아남아파트 조합원들은 일반분양을 29가구만 추가로 받는 셈이다. 또 서울서 유일하게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송파동 성지아파트도 298가구(지하2층, 지상15층)를 327가구(지하3층, 지상18층)로 29가구만 더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서울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들이 29가구 분양에 나서는 건 분상제 때문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서 공동주택 30가구 이상을 분양하면 분상제 대상이 된다. 분상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격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을 넘을 수 없다. 또 분양가를 산정할 때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택지감정평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승인도 필수다.

리모델링은 주택법상 15% 이내에서 가구를 늘릴 수 있다 보니 200가구 내외 중소형 단지는 사업성을 따져 29가구만 분양에 나서는 추세다. 분상제를 피해 분양가를 더 높게 받아 자체적인 조합 분담금을 낮추고 분양수익을 사업비용에 쓰기 위해서다. 다만, 노후화된 300~400가구 중소규모 단지들은 리모델링 비용이 재건축과 비슷하지만 분상제로 가구 수를 늘리기 애매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같은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분상제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분상제가 일부 완화되면 일반 분양에 더 나설 수 있고 그만큼 도심 주택 공급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0년이 넘어 노후화가 진행됐지만 재건축 통과가 어렵고 사업성이 낮은 중소형 단지들에게 분상제는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다.

이동훈 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당초 분상제는 지나친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가격을 제한한 반면, 2013년 리모델링의 일반분양 허가는 사업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중소형 단지는 사업비 부담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리모델링 일반분양가는 시장에서 신축 분양가 90% 정도로 평가되는 만큼 시장 과열과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리모델링 법률 정비해야"

국토부는 현행 주택법상 분상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리모델링도 부동산 시장 과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역시 리모델링만 예외를 두긴 어렵다고 봤다. 다만, 주택법 내 리모델링 관련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 사업대상 추진방식에 대한 세부적 기준 마련을 포함하기 위해서다.

건축공간연구원(AURI) 김은희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의 분상제 적용은 전체 공동주택 시장 질서를 따라가는 게 맞다"면서도 "앞으로 리모델링 사업조건이 맞는 단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택법은 공동주택 건설과 공급 규정이 주로 담긴 만큼 리모델링 특성별 업무절차를 포괄할 수 있도록 가칭 공공주택 리모델링법 등 개별법 또는 법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수는 12월 초 기준 93개 단지(6만7243가구)로 집계돼 작년 말 58개 단지(4만3155가구)에 비해 60% 늘어났다. 이는 2년 전인 2019년 말(37개 단지·2만3935가구)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리모델링은 일반 재건축과 달리 추진위원회가 아닌 조합설립 단계부터가 정식 단계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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