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영구결번 1순위라던 박병호마저 KT 위즈로 이적하면서 키움 히어로즈는 또 팀의 기둥 같던 선수를 떠나보냈다. 유난히 키움 선수들의 '끝'은 좋지 않고, 화려하게 은퇴하는 스타도 없다.
2008년 현대를 해체하고 재창단하는 방식으로 KBO리그에 참가한 히어로즈는 만년 하위권을 맴돌다 2011년 7월 박병호를 영입하며 반등했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고, 팀은 그의 활약을 앞세워 2013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루더니 이듬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이후 키움은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며 정상급 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키움은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박병호를 붙잡지 못했다. KT가 박병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키움 팬들은 2022시즌부터 박병호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키움을 상대하는 어색한 모습을 봐야 한다. 화가 단단히 난 일부 키움 팬은 "박병호가 없는 히어로즈는 의미 없다"며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비단 박병호만이 문제가 아니다. 키움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스타를 아름답게 보내주지 못했다.
'교수님'으로 불렸던 선수단의 리더 서건창(LG 트윈스)은 지난 7월 트레이드 대상자가 됐다. 차기 감독으로까지 평가됐던 이택근도 지난해 팬 사찰, 허민 이사회 의장의 야구놀이 논란 등으로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다.
앞서 언성 히어로였던 김민성(LG), 김상수(SSG 랜더스)를 포함 유한준, 손승락 등도 키움을 떠나야 했다. 세 차례나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강정호처럼 불명예스럽게 결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구단의 관리 문제가 컸다.
키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하며 팬들의 가슴에 영원한 별로 남을 것 같았던 프랜차이즈 스타는 그렇게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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