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강남시선] 중대재해법 모호성 '독' 되나

[강남시선] 중대재해법 모호성 '독' 되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번주 27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본격 시행을 앞두고 건설·철강·조선 등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가 많은 산업계를 비롯해 각종 공공건물을 건설·관리하는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최근 광주광역시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부실시공 등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대선까지 맞물리면서 '중대재해법 1호' 처벌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온갖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법이 근로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 발생시 사고 예방에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개발 시대를 거치면서 산업 현장에서 많은 근로자가 사망한 점을 고려했을 때 관련 법을 강화해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법안 자체가 사업주,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은 문제다.

중대재해법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하며,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등의 4가지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 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처벌대상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경영책임자의 경우 중대재해법 제2조 9항에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들은 법안의 취지에 맞춰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해 법적 책임을 분산함으로써 최고경영자(CEO) 구속 등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지만 정부의 시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CSO를 선정했더라도 CEO 등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경영책임자가 CSO를 임명했더라도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법리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법 조항만 놓고 보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표이사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경우 처벌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때문에 처벌을 피하기 위해 소위 '바지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이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주체와 처벌대상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산업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