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축소시켜야
기사내용 요약
러 제재 핑계 카자흐 파이프라인 폐쇄…경제 큰 타격
미 정부 '러 약화 전략' 따라 중앙아 영향력 확대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략적 큰 실패를 겪고 있고 서방의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는 컸다. 전 인구의 20%를 차지하며 러시아 접경지대에 모여 사는 러시아인 소수민족들이 러시아의 선전을 믿는 때문만은 아니다. 카자흐스탄은 오래도록 러시아의 세력권 아래 있어왔다.
미국의 보수 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칼럼니스트 월터 러셀 미드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쓴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옥죄고 있다"는 글을 실었다.
미국 알래스카와 텍사스를 합한 면적에 인구가 1900만명인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와 국경이 680km에 달하며 중국과 국경이 1500km에 달한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전체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석유 매장량이 막대하고 우라늄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도 "1월 사건"이 있다. 장기 독재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부패에 항의해 발생한 전국적 봉기를 가리킨다. 평화적인 시위가 무장투쟁으로 바뀌면서 200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체포됐다. 무장 세력들은 권좌 복귀를 노린 나라르바예프와 연계된 세력이 저지른 짓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혼란은 카심-호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러시아군이 진주하면서 정리됐다.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한 끝에 진주한 러시아군은 총 한방 쏘지 않고 카자흐를 떠났다.
2019년 주요 자리를 여전히 차지한 채 대통령에서 물러난 나자르바예프는 이후 뒷전으로 물러났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현재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기에 카자흐 시민들은 푸틴대통령이 그를 구하려 한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카자흐 국내에서 러시아 은행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카자흐 정부는 서방의 금융제재로 인한 피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륙국가인 카자흐의 경제는 주로 흑해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수출이 주 수입원이다. 서방이 러시아의 석유를 제재하면 카자흐의 석유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 달 이래 표면상 폭풍을 이유로 노로로시스크 석유 터미널이 거의 폐쇄된 상태다. 소규모 파이프라인을 통해 카자흐 석유가 중국과 터키로 수출되고 있지만 노보로시스크 터미널이 봉쇄되면서 카자흐는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 있다.
카자흐 주민들 다수가 러시아가 일부러 터미널을 봉쇄했다고 생각한다. 터미널 봉쇄로 유가를 올려 유럽에 압력을 가하고 카자흐에 대규모 투자를 한 미국 석유회사들에게 타격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카자흐 국민들에게 러시아가 주인이라는 점도 인식시키려 한다고 믿는다.
카자흐 주민들은 러시아가 카자흐의 명운을 쥐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소련 시절 가혹한 탄압을 경험한 사람들은 푸틴을 무서워하고 그가 카자흐의 경제 부패를 용인하는 것을 걱정한다.
카자흐가 러시아와 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미국의 이 지역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중국이 신장 지역 카자흐 소수 민족을 탄압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신도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의 약화를 전략적 목표로 설정한 마당에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및 스위스와 함께 미국은 카자흐 제3대 투자국이다. 러시아와 중국보다 훨씬 많다. 미 정책 담당자들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고 푸틴을 괴롭히고 카자흐의 러시아 파이프라인 의존을 줄이고 경제개혁을 하고 중앙아시아 각국들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축소하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카자흐가 그 작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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