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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총리 인준이 청문회 흥정 대상이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5 18:56

수정 2022.05.05 19:22

민주, 장관후보 사퇴와 연계
새정부 발목 잡는 구태 재연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4일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알리고 있다. 이날 법사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9일 열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스1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4일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알리고 있다. 이날 법사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9일 열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스1
국회 인사청문회가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 청문회는 지난주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겉으론 "(한 후보자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실격 1순위"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차일피일 미루는 아리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과반의석(168석)을 점한 민주당이 오는 9일까지 총리 인준을 하지 않으면 10일 윤석열 정부는 '반쪽 내각'이라는 기형적 모습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총리 인준청문회에 앞서 한 후보자의 로펌 이력을 둘러싸고 전관예우나 이해충돌 소지 등 몇몇 하자가 부각됐었다. 하지만 정작 청문회에선 총리 결격사유로 꼽을 만한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찬반투표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호영·한동훈 장관 후보자 등이 도덕성과 자질, 역량에 부정적 여론이 큰데도 임명을 강행하면 총리 임명동의안에 참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총리를 볼모로 다른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어느 국민이 이런 발상에 선뜻 동의하겠나. 물론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자질이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건 맞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그래서 자진 사퇴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자녀의 의전원 편입특혜 의혹 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들의 적격성 여부는 그 자체로 독립해서 다룰 사안이다. 흠결의 증거를 캐내 자진 사퇴하도록 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지게 하면 된다는 차원에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본래 4일로 잡혔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9일로 옮겼다. 그를 낙마는 시키곤 싶지만, 이른바 '검수완박법' 처리를 놓고 논리싸움에서 밀릴까 봐 꼼수를 동원한 꼴이다. 새 정부 출범을 지렛대 삼아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흥정하려는 정략까지 읽히면서다.

장관 후보자 임명을 총리 인준과 연계하는 전략은 정치 도의상 어불성설이다.
지난 5년간 야당 동의 없이 34명의 장관급 임명을 강행했던 여권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고 나선 형국이어서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무기로 협치를 깨고 독주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이로 인해 국정혼선이 빚어지면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회초리를 자초하는 격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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