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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오전만 일해요”…사내 복지 변화 선도하는 MZ세대

“평생직장 없다”는 20·30,
현재 행복 보장하는 복지에 열광

내 커리어 쌓기 위해 직장 다니는 MZ세대,
인정하고 다각화된 복지 도입해야
무신사,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 /사진=뉴시스
무신사,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재택 근무하는 날은 체력을 아낄 수 있어서 이것저것 하게 돼요. 회사에서 자기 계발비도 지원해줘서 테니스 수업과 중국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어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재직 중인 최모씨(27)는 최근 직장 만족도가 높다. 달라진 근무 환경과 복지후생 덕분이다. 무신사는 이달부터 주 2회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했다. 월 15만원으로 고정됐던 자기 계발비도 연 350만원으로 올랐다.

자사 제품 할인, 자녀 교육비 지원 수준에 그쳤던 사내 복지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를 일컫는 말)를 만나 변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는 40·50대에 비해 연봉보다 복지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재취업 시 복지 제도를 고려할 것 같다는 응답도 10명 중 9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젊은 인재의 요구를 반영한 신개념 복지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평생직장 흐릿해진 MZ세대, 즉각적인 복지 요구해

재택 근무하는 IT기업 직원 /사진=뉴시스
재택 근무하는 IT기업 직원 /사진=뉴시스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긴 조직 생활이 자신의 미래를 담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평생직장에서 고용과 승진이라는 보상에 만족한 기존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좋은 기업으로의 이직을 필수적인 절차로 생각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신규입사자 가운데 10명 중 3명은 1년 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자 복지 문화도 달라졌다. 이직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장기근속했을 때 누릴 수 있는 복지보다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복지가 인기다. 유연근무제, 점심시간 연장, 무제한 연차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금융회사 비바리퍼블리카는 매주 금요일을 오후 2시에 조기퇴근하는 ‘얼리 프라이데이’로 지정했다. 제일기획은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렸다. 뷰티 플랫폼 ‘화해’가 제공하는 무한식대와 연차도 구직자들 사이에서 파격적인 복지로 주목받았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요구가 복지 제도에 반영되는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판교 소재의 한 게임 스타트업 인사팀은 최근 직원들과의 대화 끝에 주4일제를 도입했다. 설문 조사 및 면담 등을 실시해 직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파격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인 것. 이모씨(32)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탄생한 제도인 만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복지가 직원과 기업의 주도적 성장을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포시즌스 호텔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서울 지점 총지배인 알레한드로 베르나베(Alejandro Bernabe)는 보도자료를 통해 "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제공하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향상하고, 고객에게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고객 만족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MZ세대, “개인 역량 발전하기 위해 직장 다녀요”

최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이직한 허모씨(32)는 이직 이유로 ‘성장 가능성’을 들었다. 허씨는 “부품처럼 일하던 예전과 달리 이곳에서는 다방면으로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직장에서는 높은 연봉이나 제휴 리조트 등 물질적인 혜택이 컸지만, 커리어 발전 지원은 부족했다는 게 허씨의 설명이다.

허씨는 현재 주 1회 온라인으로 스타트업 투자 유치 관련 강의를 듣는다. 비용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기 계발비로 낸다. 온라인 강의 외에도 전공 서적, 운동비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허씨는 “구성원의 성장을 장려하는 분위기 등 돈 이상의 것을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MZ세대는 개인의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커리어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사이에서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1순위 목표는 ‘개인의 역량 향상과 발전’(56.4%)’이다. ‘높은 연봉으로 경제력을 높이는 것’(54.6%), ‘워라밸(일과 가정의 밸런스)’(46.8%)이 그 뒤를 이었다. 급여 수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장과 워라밸 없이는 직장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복지제도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 정진호 소장은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가치이며, 전통적인 기업들도 복지제도에 이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원화된 가치를 반영해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하고(다양성), 소수의 직원만 혜택을 보는 복지제도를 손봐야 하며(공정성),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포용성)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