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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낡은 최저임금 체계 이젠 손볼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3 18:30

수정 2022.06.13 18:30

우리만 최저임금 일률적용
업종차별화 적극 논의해야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쳐다보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쳐다보고 있다./사진=뉴스1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현행 최저임금(시급 9160원)으로 인한 경영고통을 호소했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전국 자영업자 '최저임금 및 근로실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51.8%가 "최저임금으로 경영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부담이 크게 되지 않는다는 자영업자는 14.8%였다. 최저임금을 10%대로 올릴 경우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30%에 달했다.
척박한 자영업자들의 생업 현실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이 지난 5년간 급속히 오르면서 영세사업장과 단기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은 여러 통계로 확인됐던 바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으로 급등하면서 바로 고용시장에 충격을 줬다. 2년 만에 29%가 급등했고, 5년간 41%나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은 알바부터 잘랐다. 종업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도 급속히 늘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는 취약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최저임금은 근로자 중위임금의 62.0%에 이른다. 이는 주요 7개국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44%, 미국은 30%다.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법적 처벌을 받지만 그런데도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가 지난해 15%에 달했다.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업종별로도 심각한 차이가 났다. 숙박·음식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40.2%, 정보통신업은 1.9%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선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경영상 대단한 타격은 없다. 하지만 국내 근로자 88%가 일하는 중소기업이나 700만 자영업자의 경우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할 경영여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건비에 민감한 경영구조여서 과하게 오르면 문을 닫는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

기업 현실을 따져 업종, 지역,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정착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연령과 주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고, 호주는 직업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연령별로 구분해 지급한다. 일본은 지역 현황을 최대한 반영한다. 우리처럼 최저임금을 전 사업장, 전체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나라를 주요국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6일 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차등적용에 대한 합리적 기준도 없고, 즉각적 시행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차등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물가를 이유로 전 사업장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과도하게 높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차등적용을 시행할 수 있다며 올해부터 적용 가능하다고 맞선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낡은 임금체계를 바로잡아야 노동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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