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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몸에 안맞는 낡은 노동규범 뜯어고치길

성과급 임금 등 과제 산적
노동계 설득, 빠른 실행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제도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제도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
고용노동부가 23일 새 정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바꾸는 등 근로시간제를 현실에 맞게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도 직무·성과급체계로 전환한다. 이정식 장관은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기업은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 급변기, 혁신이 급한 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노동시스템이었다. 기업마다 처한 사정이 다른데도 막무가내로 주52시간을 강행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강성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노사문화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산업이 쏟아지는데도 경직된 임금체계 때문에 기업 인력 활용도 쉽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노동개혁 방향은 그간 지적됐던 과제들의 바람직한 개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장관이 밝힌 대로 주 단위로 초과근로를 관리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합리적인 단위로 총량관리를 하는 것은 지당한 방식이다. 현행 유연근로제는 절차와 요건이 복잡해 활용률이 10%도 안된다고 한다. 그 대신 특별연장근로 인가건수는 급속히 늘었다. 일이 몰리는 시즌엔 초과근무를 할 수 있게 하고, 일이 없는 기간에는 덜 일해도 되는 시스템을 제도로 보장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 측면에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연공성 임금을 채택한 나라도 우리나라가 주요국 중 유일하다. 산업구조가 단순하고 고성장이 가능했던 시기 연공성 호봉형 임금은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기 호봉제를 고집하는 것은 기득권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이직이 잦은 저성장 시대 호봉제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고령화 시대 고연령 숙련근로자의 장기근무를 독려하면서 신규 청년인력 채용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성과 중심 임금은 절실하다. 임금피크제도 이런 방향에서 해결될 수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증시는 연저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국내 기업들은 연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이 다급한 시기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과감한 구조개혁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산업화 시대 형성된 노동규범은 더 이상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며 "다양한 노동개혁 과제를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노동계를 적극 설득하고 노동개혁 속도를 내야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