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수백번 기름 떠내도 들러붙지 않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2 12:00

수정 2022.07.12 12:00

KIST 문명운 박사-고려대 정식 교수팀 기름뜰채 공동개발
식충식물 포충낭 표면 응용… 겉표면에 물층을 만들어 유지
이 소재로 만든 기름뜰채를 주요 해경 현장에 배치해 사용중
KIST 문명운 박사팀이 개발한 소재로 기름뜰채를 만들어 테스트한 결과, 기름을 떠내는 작업을 해도 기름이 들러붙지 않아 계속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 KIST 제공
KIST 문명운 박사팀이 개발한 소재로 기름뜰채를 만들어 테스트한 결과, 기름을 떠내는 작업을 해도 기름이 들러붙지 않아 계속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 K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극한소재연구센터 문명운 박사팀과 고려대 기계공학과 정석 교수팀이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수백~수천번 떠내도 기름이 들러붙지 않는 뜰채를 개발했다. 이 기름뜰채는 현재 부산, 인천, 목포 등 주요 해양경찰서에 배치해 크고 작은 기름유출 사고때 사용하고 있다.

문명은 박사는 12일 "이 기름뜰채에 사용한 소재는 해양에 기름이나 유해 물질이 유출때 긴급 방제 장비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기계와 자동화를 통해 다양한 방제 장비의 소재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 소재인 레이온과 모시 소재를 사용해 기름이 묻지 않는 장갑이나 작업복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름유출 사고가 없더라도 항구에서 선박에 기름을 주유할때 자주 바다에 기름이 유출된다. 이때 바로 제거하지 않으면 기름띠가 걷잡을수 없이 퍼져나간다.

연구진은 바다에 기름이나 유해물질을 처리하기 위한 장비를 개발하기에 앞서 식충식물인 네펜데스의 곤충채집 원리에 주목했다. 네펜데스의 포충낭 표면에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한 섬모가 있다. 이 섬모는 물을 쉽게 흡수해 물층을 견고하고 두껍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곤충들은 네펜데스의 화려한 색과 향기에 끌려 포충낭 입구로 이동하고, 입구에 있는 섬모에 미끄러져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셀룰로오스 소재의 얇은 막(멤브레인)에 네펜데스의 섬모구조를 모사한 나노섬모를 만들었다. 이는 단단한 물 구조층(윤활층)을 소재 표면에 유지되도록 했다. 소재 표면의 물 구조층은 소재 겉면에 물막이 형성돼 기름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재표면에서 기름이 쉽게 미끄러지고 물은 잘 통과한다.

연구진은 이 소재로 기름을 떠내는 뜰채를 만들어 2018년에 목포와 여수 해경이 현장에 사용하도록 배치했다. 이후 다양한 현장 적용 평가를 진행한 결과, 저유황 선박연료유를 기준으로 하루 1톤 규모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재는 소수성 소재에 친수성 코팅을 해 몇번 사용하게 되면 기름이 들러 붙어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연구진이 만든 소재는 견고한 물 윤활층이 유지돼 수백 회 이상 기름을 떠내는데 사용해도 깨끗함이 유지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재,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 5월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6월에도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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