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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격진료 시장 확 키운 중국, 우린 왜 못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9 18:27

수정 2022.08.29 18:27

中, 6년새 시장 9배 키워
한국선 불법, 법제화해야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중국이 원격진료를 전격 허용한 후 이뤄낸 성과가 놀랍다. 중국이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2014년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빨랐다고 할 수 없지만 원격의료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6년 새 규모가 9배 가까이 불었다. 이용자 수는 지난해 7억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의뢰로 김욱 건국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가 진행한 중국 의료산업 발전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의료 플랫폼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핑안굿닥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가입자 수가 4억2000만명, 누적 이용건수가 12억7000만건이라고 한다. 온라인 병원 하오다이푸자이셴은 글로벌 유니콘 순위 351위(2020년)까지 올랐다. 하오다이푸자이셴에선 하루 20만건 이상 진료가 이뤄진다.

의료환경이 낙후된 중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격의료산업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원격의료를 미래 신산업으로 보고 집중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수치다. 코로나19는 이 흐름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팬데믹 대응수단으로 원격진료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 6월 현재 중국 전역에 당국이 설립허가를 내준 온라인 병원은 1700여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 의료진과 IT 기술력을 갖췄지만 원격의료는 중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선 아무런 제약이 없는 원격수술, 원격 환자 모니터링, 의약품 온라인 판매가 국내에선 불법이다. 의료인끼리 할 수 있는 원격자문만 가능하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팬데믹 상황이 개선되면 비대면 진료는 다시 불법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원격의료를 금지한 5개국에 포함돼 있다.

원격진료의 효과는 한시적 허용기간에 충분히 입증됐다. 지난 2년간 이용건수가 352만건에 이른다. 이용자들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혈압, 당뇨, 탈모 등 만성질환자, 병원 갈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등 광범위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76%가 만족감을 표했다. 대형병원 쏠림, 의약품 오남용 등 우려했던 문제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원격의료의 상시 허용을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행히 국내 여건이 과거보다는 유연해지는 분위기다. 허용 결사반대를 외쳤던 의료계도 전향적 자세로 돌아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선정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비대면 진료 허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도 들어 있었던 내용이다. 약사회 등 아직도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일은 풀어야 할 과제다. 포퓰리즘에 끌려다니는 정치권도 바뀌어야 한다.

원격의료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지금의 의료규제가 계속되면 혁신기업은 도태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앞장서 의료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 주길 바란다. 미적댈 이유도, 시간도 없다.
의료법부터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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