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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칩 가격 인상에 고객사 반발… 삼성에 기회오나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9 18:13

수정 2022.09.29 18:13

애플, TSMC 3% 인상안 거부
잇따라 올린 가격에 고객사들 불만
삼성, 세계 첫 3나노미터 양산
공정 기술력·가격 우위 앞세워
대형 고객사 확보 적극 나서
애플이 전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가격 인상 방침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TSMC 주요 고객사들의 반발 기류가 감지되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3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 기술력과 가격 우위를 앞세워 적극적인 고객 확대 전략에 나선다.

■애플, 3% 가격 인상 거부

29일 대만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는 내년 출시될 아이폰 15 시리즈에 탑재될 A17 바이오닉칩에 3% 가량의 칩 가격 인상 방침을 전달했으나, 애플이 이를 거부했다. TSMC가 내세운 칩 가격 인상 이유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등 과도한 원가 부담이다. 그러나 애플은 TSMC가 매년 가격을 인상해온 만큼 추가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TSMC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다.


업계는 TSMC의 가격 인상 방침을 거부한 애플의 행보를 통상적 가격 협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애플의 TSMC 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다만 TSMC의 계속되는 가격 인상과 애플 우대 정책으로 다른 대형 고객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은 고객사 이탈 여부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TSMC와의 가격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객사들이 또다른 선단공정 강자인 삼성전자에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애플 우선 정책에 따라 퀄컴, 인텔, 엔비디아, AMD 등 다른 고객사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TSMC의 연이은 칩 가격 인상은 첨단 공정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3나노 공정의 경우 올해 6월 말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에 3개월 정도 뒤처졌지만, 기술력으로 이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근 TSMC가 회사 기밀로 분류되는 3나노 공정 수율(양품 비율)이 80%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도 다분히 삼성전자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됐다.

TSMC는 이달 3나노(N3) 양산에 이어 성능·전력·밀도를 높인 3나노 2세대 공정(N3E)를 내년 하반기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4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3.4%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6.5%로 TSMC에 이은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 회사간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3배 이상이다.

■삼성, 선단공정 고객사 확보 사활

삼성전자는 TSMC와 비등한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력과 TSMC보다 빠른 3나노 이하 양산 시점 등의 이점을 앞세워 대형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해 2나노 양산 전까지 기존 핀펫(FinFET) 방식을 유지하는 TSMC와 차별화를 뒀다.
3나노 GAA는 핀펫 기반 5나노 대비 성능은 23% 향상되며 전력소모는 45%, 면적은 16% 감소한다. 특히 TSMC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업계 가격 인상 행렬에도 TSMC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초미세공정으로 분류되는 5나노 이하 공정에서 가격 인상률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사 주문부터 제품 출고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중장기 관점의 사업인 만큼 당장 고객사 이탈 가능성은 낮다"면서 "삼성전자가 TSMC를 앞선 3나노 이하 공정 양산에서 본격적으로 대형 고객사 확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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