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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빠른 ‘삼중음성 유방암’ 면역항암제로 조기에 잡는다" [Weekend 헬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30 04:00

수정 2022.12.30 04:00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3세대 치료법 ‘면역항암제’ 치료옵션 등장
유방 조직 절제수술 부위 최소화할 수 있어
선행항암요법·보조요법으로도 사용
올 7월부터 국내 고위험군에 허가
생존율 향상·재발 방지 기대
"전이 빠른 ‘삼중음성 유방암’ 면역항암제로 조기에 잡는다" [Weekend 헬스]

국내 여성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암은 유방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특히 35~64세 여성에서 유방암이 발생률 1위를 차지했다. 10만명당 162.9명꼴이다. 이처럼 가정, 사회 등 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에서의 유방암 발병은 여성 개인의 삶은 물론, 가정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방암 중에서도 '삼중음성 유방암'은 종양의 성장이 빠르고 발견 당시 확산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치료 인식이 매우 중요하지만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환자와 의료진이 겪는 소외감이나 고충이 더욱 크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사진)는 29일 "재발률이 높고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조기 단계 치료가 중요하다"며 "최근 선행항암요법 및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는 치료옵션이 등장한 만큼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도 '완치'라는 치료 목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삼중고'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며 폐경기 전이나 젊은 여성층에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중 50세 미만은 36.6%로 타 유형(24.4%)에 비해 젊은 환자군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유방암 치료제의 표적이 되는 세 가지 수용체인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사람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HER2)에 모두 음성이어서 '삼중음성 유방암'이라 명명됐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삼중고'를 겪는다. △높은 전이 및 재발 가능성 △세 가지 수용체에 음성 반응 △이로 인해 호르몬치료나 표적치료 외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타유형 대비 생존율도 낮다. 유방에서 발생한 암이 멀리 떨어진 장기에 전이되는 원격 전이 시 5년 상대생존율은 12%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법의 부족이다. 대개 유방암에는 특정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호르몬치료 또는 HER2를 표적하는 2세대 치료법인 '표적항암제'를 주요 사용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지만 기존 치료법에서 표적하는 호르몬 수용체나 HER2가 없어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1세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사용해야만 했다.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재발 낮춰

하지만 최근 특정 수용체를 표적하지 않고 면역기능 활성화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3세대 치료법인 '면역항암제'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도 허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에 결합해 면역체계 활성화를 억제하며 증식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결합을 막아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면역 체계를 증강시켜 암세포의 사멸을 돕는다.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로 인해 몸과 마음의 삶의 질 저하를 겪기 쉽다. 조기 유방암에서 환자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선행항암요법-수술-보조요법'으로 이어지는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초기 단계부터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선행항암요법'을 사용하면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고 높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로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높아 면역항암제가 잘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치료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선행항암요법-수술-보조요법' 치료는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권고되고 있을 만큼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는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7월부터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허가됐다. 이로써 그간 치료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도 '생존율 향상'과 '재발 방지'라는 치료 목표를 향해 한발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박 교수는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는 선행항암요법은 높은 관해율로 재발 방지와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종양 부위 최소화를 통해 유방 보존술의 확률까지 높일 수 있다"면서 "또한 완전관해되지 않은 환자에서도 재발률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돼 면역항암제를 병용함으로써 얻는 향상된 효과가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의 새로운 치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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