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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복귀 전 '극단선택' 장병 "자는데 강제로 깨워 청소시켜"..가족이 폭로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9 11:00

수정 2023.02.09 11:04


[A 일병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 일병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휴가 복귀일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공군일병의 가족이 그가 당했던 가혹행위에 대해서 털어놨다.

지난 6일 휴가 복귀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된 A 일병 가족이 A씨에게서 전해 들은 말들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취침 시간에 강제로 기상해 다목적홀로 추정되는 특정 장소를 끊임없이 청소하는 등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를 모친과 외조모 등에게 자주 털어놨었다.

A씨의 누나는 "신병 위로 휴가를 받고 나오자마자 '자대 배치받은 뒤로 한숨도 못 잤다'라고 했다", "자는데 일부러 깨워서 (다목적홀에 있는 동생의) 군화 발자국이 지워질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고 계속 청소를 시켰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선임들이 후임을 많이 괴롭히는데, 자신이 상병 정도 계급이 됐을 때 후임을 똑같이 괴롭히지는 못할 것 같고, 그러면 또 선임이 괴롭힐까 봐 걱정했다"라며 "이런 군 생활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라고도 밝혔다.

A씨는 훈련소에서 150명 중 7등으로 수료할 만큼 군 생활에 열의를 보였다.
가족들은 지난달 18일 자대 배치 이후에 이런 A씨의 군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A씨의 누나는 "분명 훈련소까지는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애가 아니다"라며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친구들이나 훈련소 동기들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A씨의 부친도 "지난달 27일 밤 9시 넘어서 부대에 있는 아들과 40분 정도 통화를 했는데 '여기는 80년대 부대'라고 호소했다"라며 "'사람들이 다 쓰레기 (부대)'라고 했는데 그때 대수롭지 않게 들은 걸 후회한다'라는 말도 들었다"라고 했다.

부친에게 이 같은 내용을 토로한 A씨는 누나에게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곧장 삭제해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했다.

가족들은 A씨가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5일간 격리하면서도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A씨 누나가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A씨는 '창문 없이 먼지가 자욱한 공간에 5일간 격리됐다"라며 "격리하다가 오히려 병 걸리겠다"라고 말했다.

격리 공간에도 선임병들이 수시로 찾아온 것을 전해 들었다고 A씨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군은 접촉한 사실이 아예 없었다는 입장이다.

군은 A씨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과 합동으로 휴대전화 2대, 태블릿 PC 1대를 포렌식하고 있다.
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신병 위로 휴가 복귀 당일인 지난 6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이튿날 오전 8시 48분께 대구 중구 한 아파트 중앙 현관 지붕에서 경비원에게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부대 복귀 당일날 가족에게 "부대원들이 괴롭혀서 힘들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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