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리입금이 왜 나빠요?" '금알못' 10대들이 사기맞는 이유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4 06:00

수정 2023.03.04 10:52

컨트롤타워 없는 초중고 '금융·경제교육'
청소년들 신종금융사기 먹잇감으로 노출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2023.1.30 /뉴스1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2023.1.30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금융·자본시장 규모가 커지고 국민총소득 대비 금융자산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경제·금융교육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컨트롤타워가 없는 데다 내년부터 생기는 '금융과 경제생활' 융합선택과목 또한 고등학교에 국한돼 제도권 안팎의 허점이 여전해서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이 평균 60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인프라 및 컨트롤타워 확충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실 못 따라가는 금융교육.. 시장 커지는데 초중고 경제이해력 평균 점수 60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우리나라 총금융자산은 2경 3862조원으로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총금융자산 비중이 11%를 기록했다.
금융자산과 GNI 대비 총금융자산 비중은 매년 증가세다. 자본시장 규모 또한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767조원로 2012년 1154조원에 비해 600조원 이상 늘어 자본시장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경제·금융교육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초·중·고학생 경제이해력 조사 결과 평균 점수는 60점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 65점으로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고 중학교 3학년생 58점, 고등학교 2학년생 57점으로 60점을 밑돌았다. 2년 전 조사와 비교해 초·중·고에서 각각 7.3점, 8.4점, 5.0점 늘었지만 여전히 낙제점 수준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신용카드 결제액 관련 문제를 맞힌 고등학생은 43.5%에 그쳐 실생활 금융 관련 이해도 또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 제공.
금융소비자 부상하는 청소년.. 정작 신종금융사기 노출되는 '아이러니'

이런 상황에 청소년들은 금융소비자로 부상하는 한편 금융사기에 노출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에서는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펀드, 체크카드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동시에 '10대 대리입금'과 같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신종 금융사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리입금은 SNS를 통해 연예인 기획상품이나 게임 아이템을 사고 싶어하는 청소년을 유인해서 10만원 안팎의 소액을 빌려주는 신종 금융사기다. 청소년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연이자 1000%에 달하는 막대한 이자까지 요구해 지난해 크게 회자됐다. 청소년이 금융소비자로 자리매김하는 와중에 경제·금융 이해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위터 대리입금 광고 사례. 금융감독원.
트위터 대리입금 광고 사례. 금융감독원.
당국과 금융사들도 금융교육 확대.. 고등학교엔 '금융과 경제생활' 선택과목 신설

당국과 금융업계 또한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금융교육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제이론에 중점을 두고 초중고생 대상 방문 경제교육을 하는 '청소년 경제강좌', 초중고 사회과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사 직무연수',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주 한국은행 실무자들이 다양한 경제현안 등을 설명해주는 '한은금융강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 대학생 봉사단(Young Economic education Supporters)을 선발, 대학생들이 서울 및 경기북부 지역 초중고생에게 경제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금융감독원에서도 e-금융교육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콘텐츠, 강사, 교육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놨다.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회복위원에서 개발한 '신용카드 이야기' 등 동영상과 웹드라마, 금융감독원이 자체 개발한 '생애주기별 금융생활 가이드북'과 불법금융 예방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가 시행 중인 교육프로그램도 조회할 수 있게 해놨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사 금융연수, 군장병과 재소자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교육도 실시 중이다.

금융권에서도 발 빠르게 노력 중이다. 각 회사들은 사회공헌(CSR) 차원에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제뮤지컬, 현대카드는 '금융상식 추리탈출', 신한카드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온라인 금융교육 '아름인 금융프렌드'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중심의 금융교육 '청년 파인업(FINancE-U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협은행과 삼성생명, 국민은행, 신한카드, 농협중앙회와 신용회복위원회가 교육실적과 활동내역이 뛰어난 우수 금융회사로 선정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28일 열린 '1사 1교 금융교육' 시상식에서 "금융정보를 제대로 알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우리의 필수적인 과제"라며 "앞으로도 금융교육 이수자에게 금리우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금융회사의 특수성을 잘 살린 공익활동에 힘써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권 내 교육도 다소 강화된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22 교육과정부터 고등학교에 '금융과 경제생활'이 융합선택과목으로 신설된다. 은행 예적금 등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도 2차 금융교육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도 2차 금융교육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컨트롤타워 부재에 제도권 안팎 교육 유기적 연결 안 돼... 금융교육 인센티브 부족해 실효성 의문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데다 제도권 안팎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 상경계열이 취업 인기학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중고등학교 경제과목은 내용이 부실하고, 경제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금감원 등이 주축이 된 금융교육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경제와 이론 교육 위주로, 금감원과 금융사들은 실생활 금융에 방점을 찍고 있어 교육의 중점 분야가 다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고등학교에서 경제는 사회탐구영역 선택과목 중 하나인데 문과 학생들은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복수전공·부전공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요가 충분하다면 고등학교 때 경제나 경영 관련 기초 내용은 필수과정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현재 당국이나 각 금융사에서 하는 교육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성과는 지금처럼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교육을 듣는 학생들에게 인센티브가 있어야 적극적으로 듣고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에서도 고심.. "하고 있는 프로그램 내실화부터"

당국에서도 고민이 깊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내실화부터 하고,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초중고 사회과목에 포함된 경제 관련 내용을 잘 가르쳐서 학습효과를 높이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당국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부터 잘 전달하는 게 1차 과제"라며 "현실경제와 실생활 금융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 인력 확충도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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