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위험" "새 기회"…'챗GPT' 열풍, 어떻게 봐야 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4 05:00

수정 2023.03.04 05:00

미국 뉴욕에서 스마트폰으로 실행한 챗GPT. /AP뉴시스
미국 뉴욕에서 스마트폰으로 실행한 챗GPT.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1월 30일에 공식 출시해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채팅로봇(챗봇) '챗GPT'가 격렬한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교육 현장과 기업에서는 공정성과 보안을 이유로 잇따라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효율성을 지적하며 새로운 기회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2월 접속량 83% 증가…기업용 제품 잇따라 출시

챗GPT는 미국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언어 중심 AI 'GPT 3.5'에 채팅기능을 결합한 서비스다. 오픈AI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마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월 20달러(약 2만6066원)짜리 유료 서비스도 있다. 챗GPT 실행을 위한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앱)은 없다. 오픈AI는 2015년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오픈AI CEO를 맡고 있는 샘 올트먼 등과 비영리 목적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머스크는 경영에 대한 의견 차이로 2018년에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났으며 오픈AI는 이듬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아 영리 기업으로 전환했다.

챗GPT는 약 40일만에 가입자 수만 1000만명이 넘었다. 지난 1월에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숫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미 데이터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사이 챗GPT의 접속량은 전월 같은 기간 보다 83% 증가했다. 시밀러웹은 2월 후반 챗GPT 접속량이 며칠 동안 일시적으로 MS의 검색엔진인 '빙'을 추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챗GPT의 국가별 이용 비중은 미국이 11.27%로 가장 많았으며 인도(11.17%)와 일본(5.68%), 인도네시아(3.75%) 순서였다. MS는 지난달 7일 발표에서 빙에 챗GPT의 개선 버전을 탑재한다고 밝혔으며 미 SNS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 역시 지난달 27일에 오픈AI의 GPT에 기반한 AI 챗봇 '마이 AI'를 출시한다고 알렸다. 오픈AI는 이달 2일에 챗GPT의 기업용 개발 도구와 음성을 문자로 받아쓰는 기업용 서비스인 '위스퍼'를 공개하고 유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챗GPT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챗GPT에게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시험을 치르게 해 본 결과 최하위권으로 수료 기준을 넘겼다. 챗GPT는 동시에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에서도 50~60점에 해당하는 정확도를 보였다. USMLE의 통과 점수는 약 60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부 외신들은 지난달 말 보도에서 미 금융권 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챗GPT를 사용했더니 옛날 정보를 사용하거나 그대로 쓰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미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의 오데드 넷처 교수는 챗GPT가 "시간은 줄여주겠지만 작업 결과가 참인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챗GPT와 MS 검색엔진 빙의 접속량(트래픽) 비교> -2022년 11월 28~2023년 2월 25일 -청색: 빙 접속 건수, 주황색: 챗GPT 접속 건수 *자료: 시밀러웹
<챗gpt와 ms 검색엔진 빙의 접속량(트래픽) 비교> -2022년 11월 28~2023년 2월 25일 -청색: 빙 접속 건수, 주황색: 챗GPT 접속 건수 *자료: 시밀러웹
<국가별 챗GPT 접속량(트래픽)> -2023년 1~2월 -(위쪽부터) 미국,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프랑스, 캐나다, 베트남, 독일, 브라질, 영국 *자료: 시밀러웹
<국가별 챗gpt 접속량(트래픽)> -2023년 1~2월 -(위쪽부터) 미국,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프랑스, 캐나다, 베트남, 독일, 브라질, 영국 *자료: 시밀러웹
"공정성·보안 취약" 학교·기업서 잇따라 금지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챗GPT를 이용해 시험과 과제에서 부정행위를 할까 걱정하고 있다.

1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 시장조사업체 임팩트리서치가 지난달 2~7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2~17세 미국 학생 가운데 33%가 학교 때문에 챗GPT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해당 비율은 12~14세 구간에서 47%로 급증했다.

미 뉴욕시 교육부는 1월 초 모든 공립고에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시애틀 일부 공립고에서도 챗GPT 사용이 금지됐다. 프랑스의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도 챗GPT나 비슷한 AI 도구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도 챗GPT를 금지했으며 인도 벵갈루루의 RV대학도 학생들의 챗GPT 사용을 막았다. 홍콩대와 홍콩 침례대를 포함한 홍콩 대학들도 지난달 연이어 챗GPT 사용 금지령을 내렸고 호주 내 대학들 또한 AI 도구 사용 근절을 위해 시험 형식을 변경할 계획이다. 허리런 홍콩대 부총장은 내부 e메일에서 대학 내 모든 수업과 과제, 평가에서 챗GPT나 다른 AI 도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이 사전에 해당 수업 교사에게 서면 허가를 얻지 않는 한 학교 측은 이를 표절로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정보 보안 때문에 챗GPT를 배척하고 있다. 지난달 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같은 다국적 금융기업들이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제 3자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금지하는 것은 보안상 관례라며 특별히 AI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M&G은 챗GPT가 업무용으로 승인된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 정보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며 챗GPT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일 보도에서 월마트와 아마존, MS 모두 직원들에게 챗GPT에 민감한 회사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시켰다고 전했다.

챗GPT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말에 e메일 앱인 '블루메일'의 새 업데이트를 차단했다. 애플은 블루메일이 챗GPT를 이용해 기존 메일 내용과 달력 이벤트로 사용자 대신 e메일 작성을 돕는 업데이트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챗봇이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한 서점에서 시민이 인공지능 챗 GPT가 쓴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을 보고 있다. 이 책은 챗 GPT가 집필, 교정, 교열을 했다. 번역은 AI 파파고. 인간은 기획, 인쇄, 출판을 담당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한 서점에서 시민이 인공지능 챗 GPT가 쓴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을 보고 있다. 이 책은 챗 GPT가 집필, 교정, 교열을 했다. 번역은 AI 파파고. 인간은 기획, 인쇄, 출판을 담당했다. /연합뉴스
"효율성 높인다" 윤리강령 내놓고 사용 권장

지난달 26일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의 일부 초등~중등 학교에서 운영되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 '국제바칼로레아(IB)'는 챗GPT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IB 관리 기관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의 평가 원칙 및 실무 책임자인 맷 글랜빌은 과거에도 학생들이 돈을 주고 인터넷으로 에세이 과제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와 IB 관계자들이 외부 과외교사나 가족의 대필 사례를 적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챗GPT가 생성한 결과물을 본인이 직접 쓴 것처럼 속이지 않으면 된다면서 인용 표시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글랜빌은 장기적으로 시험에서 에세이 비중을 줄일 것이라며 "AI가 버튼만 누르면 작문을 해 줄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우리는 학생들이 다른 기술들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3월 신학기를 맞아 많은 대학들이 챗GPT와 관련된 윤리 강령을 발표했으며 일부 대학들은 오히려 수업에 챗GPT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는 올해 교양과목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에서 챗GPT 사용을 필수로 제시했다. 지난 1월 미 NPR방송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이선 몰릭 교수도 올해 강의계획서에 챗GPT와 같은 AI를 의무적으로 활용하라고 적었다. 몰릭은 "우리는 전자계산기가 있는 세계에서 수학을 가르쳐다"며 "이제 교육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학생들에게 이 세상이 다시 어떻게 변했고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도 AI챗봇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오픈AI의 GPT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추천 서비스를 제시하는 챗봇을 서둘러 자사의 앱에 장착하고 있다. 앞서 MS는 빙에 장착한 챗GPT를 MS 오피스 등 다른 자사 제품군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구글과 메타 등도 챗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적인 전자책 플랫폼인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 챗GPT를 저자 혹은 공동저자로 적은 책은 최소 200권이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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