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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도 버거워요"…아이 안 낳는 이유 뭘까요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7 05:00

수정 2023.03.17 05:00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 /뉴스1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집값은 여전히 비싸 마련하기 어렵다 보니 결혼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월급은 찔끔 오르는데 물가는 5%씩 상승하니 경제적으로 버티기 어렵다."
우리나라 전문가와 청년들이 생각하는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월급으로 엄두를 낼 수 없이 높은 집값으로 결혼과 출산을 위한 보금자리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도 출산도 버겁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결혼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결혼이 선행되고 출산 하는 경향이 강한데 결혼이 매년 줄면서 저출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 결혼 안한다'…25년 만에 혼인건수 반토막

17일 통계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11년째 줄어들고 있는데 하락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1996년 43만5000건이던 혼인건수가 1997년에는 38만9000건으로 하락했다. 이후 2016년(28만2000건)에 20만건대로 하락한 후, 2021년(19만2500건)으로 10만건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도 0.4%(800건) 줄어든 19만1700건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는 결혼이 선행되고 출산을 하는 경향이 강해서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것이 앞으로 출생아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난해도 회복하지 못해 결혼도 구조적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② '비싼 집값'…월급으론 집 살 엄두가 안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요인으로 지나치게 비싼 주택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청년들도 주택마련의 어려움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최근 하락하기는 했지만 집값은 여전히 젊은층이 거주하기에는 비싸고 저임금·고물가가 겹치면서 결혼, 출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주택 소유자 보다 무주택자에 악영향이 더 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3004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2013∼2019년 주택 가격이 100% 상승할 때 출생아 수가 0.1∼0.29명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무주택자는 같은 기간 출생아 수 감소 폭이 0.15∼0.45명으로 더욱 컸다.

주택가격 상승은 결혼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무주택자는 주택 가격이 100% 상승할 때 같은 기간 결혼할 확률이 최대 5.7%까지 감소했다.

조세연은 "주택 가격 상승이 출산에 상당 수준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인 현재 상황에서 상당히 큰 효과"라며 "주택 가격 부담으로 인한 출산 행태 변화는 혼인 결정 단계의 개인보다 실제 출산을 고민하는 가구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결국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저가 주택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가족이 거주할 좀 더 넓은 주택 지원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아이의 성장 주기별로 학령기 자녀의 선호 학군의 주택도 개선돼야 한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한 시민. /뉴스1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한 시민. /뉴스1
③ '저임금·고물가'…매일매일 생활하기도 벅차

이처럼 결혼과 출산을 위한 주택마련에 고비용 구조가 지속되는데, 상대적으로 저임금·고물가로 청년층은 미래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직장인은 "연봉 5000만원에 세금과 4대보험 등을 제하고 실수령액으로 매월 300만원 받으면 생활비로 200만원 나가고 100만원씩 30년을 저축해야 3억원이 된다"며 "주택가격은 그 사이 더 폭등한다. 청년 입장에서는 주택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희망이 없는 나라다. 소득 대비 물가도 비싸 구매력이 떨어져 잘 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한탄했다.

이처럼 저출산 요인은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성인남녀 1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자녀계획을 세우는 데 부정적인 요인 1순위는 '양육하는 데 경제적 부담'(66.3%)이었다. 2순위인 '바르게 키울 수 있을지 걱정'(28.1%)이라는 응답비율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정부 재정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지 않자 전문가들은 당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이민자 유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미래의 일이지만 통일이 될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북한 인구가 합쳐지면서 인구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내집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미룬다고 얘기하는 젊은층이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찔끔찔끔 지원하기 보다는 주택문제 해결 등 실질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다.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천명당 혼인건수) 추이 /통계청 제공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천명당 혼인건수) 추이 /통계청 제공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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