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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초고속 파산 부른 SNS, 기회와 위험 ‘양날의 칼’ [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3 18:09

수정 2023.04.23 19:39

SNS와 자본시장
변석구 美 베일러대 한카머 경영대학 석좌교수
소문만으로 몇 시간만에 50조원 인출 사태
SVB 부도로 ‘뱅크스프린트’ 신조어 탄생
추측과 잘못된 정보 담은 트위터 글들에 크레디트스위스 매각까지 일파만파 커져
‘게임스탑’으로 대표되는 밈스탁 계속 출현
SNS 때문에 가속화된 버블 반복 가능해져
젊은 투자자들 늘며 SNS 영향 커질수 밖에
정부·사회적 합의로 부작용 보완 모색 시급
변석구 교수는 현재 미국 텍사스 웨이코 소재 베일러대학교 한카머 경영대학에서 카 P 콜린스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기업재무와 국제금융 분야에서 'Journal of Finance'를 비롯한 세계 최고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지난 2016~2017년에는 한미재무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현재도 활발히 학술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변석구 교수는 현재 미국 텍사스 웨이코 소재 베일러대학교 한카머 경영대학에서 카 P 콜린스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기업재무와 국제금융 분야에서 'Journal of Finance'를 비롯한 세계 최고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지난 2016~2017년에는 한미재무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현재도 활발히 학술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흐름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이 증가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정보가 생성되고 공유되는 방식도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예를 통해 이러한 SNS와 관련한 구조적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은 없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뱅크런에서 뱅크스프린트로

뱅크런(bank run)은 은행에 돈을 맡겨 두었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간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이 부실해지면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확산되면서 시작된다. 한두 사람이 달려가기 시작하면,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도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달리기 시작한다. 결국 은행은 갑자기 몰려든 고객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다 지불하지 못하게 되고 부도를 맞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은행의 자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준비된 현금이 부족해서 부도를 맞게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뱅크런은 19세기 현대식 은행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 미국에서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부도를 보면서 '뱅크스프린트(bank sprint)'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기존 달려간다는 개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력으로 전력질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만큼 뱅크런의 진행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중앙정부도 실리콘밸리은행을 향한 뱅크스프린트가 시작되고 48시간 이내에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예금주들에게 지불을 보장해 주었다. 연이은 스위스 은행의 도산에서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스위스정부의 지불보증이 발표됐다.

현재는 최초의 뱅크런이 일어난 1800년대와는 아주 다른 세상이며 완전히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뱅크런에서 달려간다는 말은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해 당황한 사람들의 행동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한 위급한 상황은 주로 어떤 정보나 소문에 기인하는데, 그러한 소문이 과거에는 대중매체를 통해 퍼졌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광속으로 전파되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은행도 고객들의 예금을 가장 안전한 자산인 정부 채권에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정부 채권의 값이 떨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은행은 손실을 보게 되었다.

은행은 자본이 줄어들면 그 자본을 보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은행은 자본 손실을 메꾸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것을 본 한 벤처회사는 실리콘밸리은행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고 간주하고 자신들의 자금을 모두 인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소문이 산불처럼 번지기 시작하자 다른 고객들도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약 50조원, 전체 예금의 5분의 1에 달하는 자금이 인출됐다. 대부분의 인출이 은행의 온라인뱅킹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의 뱅크런보다 훨씬 더 급격한 뱅크스프린트가 일어난 것이다.

더 이상 예금인출을 감당할 수 없는 실리콘밸리은행은 온라인뱅킹을 차단해버렸다. 이에 더욱 다급해진 고객들은 다음날 은행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뱅크스프린트 뒤에 비로소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 트위터에서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더욱 공포심을 자아내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중 많은 글들은 추측과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 사태가 실리콘밸리은행만이 아니라 다른 은행들에까지 전파될 것이라는 경고도 쏟아졌다. 사람들은 더욱 더 혼란스럽고 당황하게 되었다. 결국 미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서 크레디트스위스가 위기에 빠지면서 자본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트위터에서 시작해서 일파만파 다른 SNS로 퍼진 과장되고 잘못 해석된 정보가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를 폭락시켰고, 결국 크레디트스위스는 경쟁 은행인 UBS로 매각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 일련의 사태는 SNS에서 퍼진 소문이 야기한 최초의 뱅크런이라고 여겨진다. 이제 이 새로운 시대에 은행들은 어떻게 SNS에서 퍼지는 소문에 대처하고 그보다 더 빨리 정확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안심시켜야 할지를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버블(bubble)에서 밈(meme)으로

주식시장의 버블은 사람들의 투기심리가 과열되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현상이다. 어떤 새로운 기술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상승하는 주가가 더 많은 사람들을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소위 닷컴버블(.com bubble)이 가장 잘 알려진 주식시장 버블일 것이다.

1990년대에 인터넷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에서 인터넷·통신 관련 주식이 첨단주로 각광받으면서 관련 사업체들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다. 이런 주가의 상승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400% 상승했다.

2000년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는 역대 최고치 대비 78% 하락했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는 장외 주식들조차도 소위 테마주라 불리며 '주가폭등의 전설'을 이끌었다. 이 중 대부분의 회사들은 버블의 붕괴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전통적 주식시장의 버블 뒤에는 언론의 역할이 있었다. 계속되는 주식시장의 가격상승을 언론에서 더 크게 보도하기 시작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주식투자 열풍이 일어나면서 그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더 큰 버블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SNS시대에는 밈스탁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밈(meme)'이란 갑자기 유행하는 생각이나 문화를 의미한다.

SNS시대에는 밈의 주기는 짧고 빈도는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밈이 특정 주식에 일어나는 게 밈스탁이다. SNS가 낳은 밈스탁은 어떤 유행에 의해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주가 버블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속도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버블은 여러 주식들에 걸쳐 몇 년 이상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지만, 밈스탁은 불과 몇 달 혹은 며칠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특정된 주식에 대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몇 명의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형성되기도 한다.

미국의 전통적 비디오게임 대여업체 게임스탑(GameStop)이 아마도 첫번째 밈스탁일 것이다. 키이트 길이라는 한 투자자가 당시 5달러 하는 게임스탑 주가가 50달러로 인상될거라는 유튜브 영상를 올리면서 촉발되었다.

게임스탑을 중점적으로 공매도를 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조만간 그 공매도를 메우기 위해 게임스탑의 주식을 사들여야하기 때문에 주가가 그렇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실제로 공매도를 메우기 위한 거래가 일어나면서 불과 2개월 후에는 주가가 500달러 가까이 상승하게 되었다. 몇몇 헤지펀드 투자회자들은 이에 따른 손실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러한 결과를 SNS에서는 로빈후드(소액주주들이 주로 사용하는 저가주식거래 플랫폼 이름이기도 함)의 승리 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유하며 거대한 월스트리트의 부를 약자들에게 나눠주는 쾌거라고 자축했다.

그 뒤로도 밈스탁의 출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스탑의 경우처럼 소액투자자들이 이익을 보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밈스탁은 가속화된 버블의 형성과 꺼짐의 순환이라고 볼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SNS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밈스탁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말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인데,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뭘 망설여 그냥 투자해"라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어쩌면 코비드를 겪으면서 무언가 돌파구를 찾던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사람들은 또 다른 밈스탁을 찾아 온라인 그룹을 형성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밈스탁이 실제 회사의 주식이긴 하지만, 그 주가는 실제 회사의 경영과는 무관하고 어쩌면 카지노 게임 같은 투기나 오락적인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밈스탁은 제로섬게임에 입각한다. 누군가의 이익은 곧 누군가의 손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이 다른 가상자산이나 코인 거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SNS 부작용 보완 필요

자본시장의 효율적 정보의 흐름은 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점점 더 많은 젊은 층의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참가하면서 SNS의 영향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SNS의 영향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SNS에서 광속으로 전파되는 시장 정보는 정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SNS에서 퍼지는 조작된 거짓정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 특별히 자본시장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정보흐름의 문제점을 정부와 국민이 인식하고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러한 SNS의 부작용들을 보완해 나가야 할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의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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