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근 미국 은행권에서 시작된 금융불안은 고금리 정책이 이어지고 제도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된다면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은행 수익성은 추가 악화될 전망이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외자운용원 운용전략팀은 '최근 미 은행불안 배경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외자운용원은 먼저 최근 미 은행불안의 배경으로 △불안심리에 편승한 공매도·풋옵션 등 투기적 거래 △은행 수익성 악화 지속 우려 △예금자 보호제도 미흡에 따른 뱅크런(예금인출) 등을 지목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올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주로 소형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신용 리스크가 부각됐으며, 깊어진 불안심리에 투기세력이 가세하며 일부 은행주 쏠림현상이 커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외자운용원은 "향후 경기하강 국면에 본격 진입할 경우 은행의 대출자산 건전성(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추가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운용원은 "소형은행 대출 중 경기변동에 취약한 지역 내 영세기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경기하강 국면 진입 시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부진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소형은행 대출 자산에서 높은 비중(43%)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이 최근 재택근무 확산, 고금리 기조 지속 등으로 침체돼 손실이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현행 예금자 보호 수준은 시장 불안 해소에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운용원은 "비보호 예금 비중이 높은 은행의 주가 하락은 순차적으로 불안심리 확산, 뱅크런, 은행파산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조정과 같은 한층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부연했다.
외자운용원은 앞으로의 은행불안 국면을 전망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파급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한 고수익 추구를 위한 예금유출, 자산부문 미실현 손실에 대한 우려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모건스탠리의 경우 이번 위기가 예금자들의 안정성 우려 부분은 지나갔지만 투자자들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외자운용원은 비대면 뱅킹 확대 등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화로 인해 불안 확산 속도가 과거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이 미국보다 디지털 뱅킹이 훨씬 많이 보급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만약 한국에서 SVB 파산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뱅크런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물론 이 총재의 언급은 한국의 뱅크런이 실제 '100배' 빠를 것이라고 단언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훨씬 빠를 가능성이 있다는 비유적 표현에 가깝다. 그러나 표현의 진상과는 별개로 금융불안이 과거와 달리 급속히 전개된다면 당국의 진화 작업이 닿기도 전에 여타 기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해법인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만 해도 입법 조치에 더해 예산 확보까지 이뤄져야 한다. 외자운용원은 "현재 양극화된 미국 정치 여건을 고려할 때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 단기간 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주식에 대한 공매도 제한 역시 마찬가지다. 애당초 미 금융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 내에서는 지난 2008년 공매도 금지 조치가 비용 대비 효익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상태다. 운용원은 "공매도 금지가 실현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동안 은행불안을 발치에 두는 상황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자운용원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금융불안이 산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SVB 사태와 유사한 은행 자금 유출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김준철 한은 결제정책부장은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SVB 파산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한 예금 인출이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구축했다"며 "이 모니터링은 주말이나 야간에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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