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는 자산과 비교하여 과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이 높다는 점과 자영업자의 신용대출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현황 조사 결과 가계대출 잔액 676조8547억원 중에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75.2%에 이른다. 주택이 담보되어 있다는 것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안전성이 높겠지만 채무자인 가계는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겹쳐 이중적 부담을 겪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48.9%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은 6개월 단위로 만기가 5차례 연장됐고, 유예기간을 거치면서도 규모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 우려되는 것은 연체율 동향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 연체율은 0.33%로 2022년 말 대비 0.08%p 상승했고 저축은행(5.07%), 상호금융(2.42%), 카드사(1.53%), 캐피털(1.79%)은 더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현재 연체율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수준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증가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특히 자영업자 연체율이 0.37%로 2022년 8월 이후 계속 증가 추세이고,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금리, 경기둔화, 부동산 침체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는 2022년 현재 56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0.1%가 된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가계부채가 금융위기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를 현 수준보다 높이지 않는 것이다. 최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나,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면 금리인하도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경기둔화 국면에서 빠른 시일 내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수출과 투자에 이어 소비심리까지 식어가면 제1차적 피해자는 자영업자가 될 소지가 높다. 지난 코로나19 기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계층이 자영업자였지만,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압박에 매상 부진까지 겹치면 연체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기진작책도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수출이 회복될 때까지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도 놓쳐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할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벗어난 부채 탕감책이나 단순한 연명책에서 벗어나, 옥석을 분명히 가려서 제대로 지원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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