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글로벌 사이버보안 이니셔티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6 18:45

수정 2023.07.16 18:45

[특별기고] 글로벌 사이버보안 이니셔티브
요즘 잘나가는 젊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저서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를 통해 세 가지 연결을 제시했다.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국가 간 연결, 타인과의 연결이 그것인데 특히 타인과의 연결에서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윤리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인류는 다양한 측면에서 연결돼 변화해 왔지만, 윤리는 인류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며 윤리적 공동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세계 디지털 질서 정립을 제안하는 '파리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가브리엘을 포함한 세계 석학들은 디지털 혁신이 자유, 연대, 인권 등 인류 보편가치를 지향하면서 디지털 변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질서 수립, 즉 새로운 디지털 규범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디지털 신질서 형성의 노력 앞에는 여러 도전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지난 몇 년간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디지털 패권 경쟁 및 자국중심주의 정책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초래되는 국가 간 디지털 갈등 구조의 고착화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지금의 디지털 시대 흐름과는 상치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 코로나 팬데믹 동안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으로 디지털 경제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국가 간 안보 중시 기조는 디지털 국제협력 범위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사이버보안 분야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신질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 튼튼한 사이버보안 경쟁력에 기반해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을 주도하기 위한 활동, 즉 글로벌 사이버보안 이니셔티브를 적극 전개할 필요가 제기된다.

그동안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국가 간 사이버보안 협력 네트워크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아세안 사이버실드 등 아세안 사이버보안 협력,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인터넷거버넌스 협력, 한·유럽연합(EU) 및 한영 간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개인정보보호 규범 협력, 글로벌 권역별 전략거점을 통한 한·아시아, 한·중남미, 한·아랍권 간 사이버보안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한미 사이버안보동맹은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KISA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세계 전 권역에서 디지털 시대 새로운 가치와 질서 수립을 위한 협력활동을 더 활발하게 전개하는 한편 사이버보안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디지털보안 격차 해소, 정보공유 등 국제협력, 인공지능(AI)을 포함한 혁신기술의 안전·보안성 등 신사이버보안 규범과 어젠다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디지털 혁신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파급력과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과 연대 가치를 통해 글로벌 구성원 모두가 디지털 혁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제 디지털 규범을 수립하는 데 KISA와 과기정통부를 포함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태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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