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 곳곳 '묻지마 살인' 몸살… 美·中·日, 사형 엄벌 [분노가 키운 길거리 살인마(4)]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9 18:17

수정 2023.08.09 18:17

불안한 대한민국
日, 2010년 이후 年 3~4건 발생
中, 모방 범죄 우려 보도 막기도
美, 총기 난사로 피해자 규모 커
세계 곳곳 '묻지마 살인' 몸살… 美·中·日, 사형 엄벌 [분노가 키운 길거리 살인마(4)]
【파이낸셜뉴스 도쿄·베이징·실리콘밸리=김경민 정지우 홍창기 특파원】 특정 대상이나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왔다. 범행 방식은 일부 차이를 보이지만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묻지마 살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매년 집행, 가장 강력한 대처로 엄벌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日,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

일본에서는 묻지마 살인이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가 됐다. 일본 사람들은 이들 살인범을 길거리 악마라는 뜻인 '토오리마'로 부른다.

9일 NHK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매년 평균 3~4건씩 발생한 묻지마 범죄 건수는 지난 2021년 부터 2022년 초반까지 15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대표적으로는 2001년 오사카의 이케다 초등학교에서 한 3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초등학생 8명을 살해하고 15명을 부상 입혔다.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트럭을 몰고 행인에게 돌진한 후 칼부림을 저질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2016년 사가미하라에선 한 20대 남성이 장애인 시설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렀고, 2021년 도쿄 전철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칼부림과 방화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간 발생한 52건의 묻지마 사건 범인 중 범행 동기로 '자신의 처지와 현상에 대한 불만'이라고 응답한 인원이 절반 가까이 달했다. 또 범인은 모두 39세 이하로 다른 사건 대비 연령이 낮았으며, 범행 당시 친밀한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범인은 3명에 불과했다.

법무성은 묻지마 사건 범인의 특징적인 경향으로 부족한 교우 관계, 무직·무수입 등 생활의 어려움을 꼽았다. 버블 경제 이후 이어진 장기간 경제 침체로 사회적 고립 등 문제에 처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층이 증가하며 사회에 대한 분노가 범죄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했다.

■쉬쉬하는 中, 총기 난사 美

중국도 흉기난동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당장 지난 8일 윈난성 한마을에서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이 집에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공격했다. 또 도주하면서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광둥성의 한 유치원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교사 1명, 학부모 2명 등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5월에는 고등학생이 이틀 동안 학교에서 주민과 교감, 수학교사 등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당국 발표와 매체의 보도도 없었다. 모방 범죄나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은 해당 학교가 배포한 내부 상황 보고 때문에 외부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장모군이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하고 어머니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를 공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의 묻지마 범죄의 특징은 총기를 사용해 피해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총 430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사상자가 4명 이상인 사건을 총기난사로 규정한다.

특히 올 들어 발생한 430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11세 미만의 어린이는 177명이나 된다. 12세에서 17살 사이의 청소년 90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 24일 텍사스주 남부 소도시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에서 당시 18세였던 샐버도어 라모스가 교내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을 목숨을 빼앗아간 것이 대표적이다.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도심 한복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과 퀸스에서 두 시간 동안 스쿠터를 타고 10㎞를 누비며 불특정다수를 향한 무차별 총격이 그렇다. 이 사건을 일으킨 20대는 9㎜ 권총과 확장 탄창을 소지하고 총을 발사해 1명을 사망하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주요국 사형으로 강력 대응

주요국들은 묻지마 살인범에 대해 매년 사형 집행으로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5.5㎝ 이상 양날형 검 소지 금지, 고독·고립대책 담당상 신설 등 대책 마련했지만 묻지마 범죄는 계속 이어졌다. 사형집행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7월 26일 도쿄 아키하바라 사건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2021년 12월에도 살인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기결수 3명을 처형했다. 사형 집행후 유럽국가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나 일본 정부는 사형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고대부터 '살인자는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도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중국은 또 사형에 처하는 범죄 조항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중국은 사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공민의 신변과 재산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일부 범죄자에게 사형 이외의 일반 형벌은 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한 표본조사에선 응답자의 88%가 사형 폐지를 반대할 정도로 강력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국은 실제 매년 수천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미국도 총기난사범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며 경각심을 주고 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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