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SK하닉 20주 샀댔지?"...폭락장 쌉쌀한 조롱, '포모' 가고 '조모' 왔다 [쓸만한 이슈]
"나만 못 샀다"에서 "안 사서 다행" 온라인서 확산
투자 원칙 지키자는 의미에서 '조롱 문화'로 변질
[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지배한 단어는 단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였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라는 불안감에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최근 증시 급락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포모 대신 '조모(JoMO)'라는 단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포모의 반대말인 조모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며 "삼성전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정리했지만 오히려 선방한 것 같다"는 자조 섞인 글이 올라왔다.
법무법인 강산 김은유 변호사도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포모에 빠진 투자자는 계속 종목을 바꾸다 큰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모를 가진 투자자는 자신이 충분히 공부한 기업을 믿고 기다린다"고 밝혔다.
30년간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김 변호사는 53세에 뒤늦게 주식을 공부해 투자를 시작했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에 투자해 5년간 약 210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식 투자는 평생 함께 할 사업과 같은데 투자 문화에서 포모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며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듯 투자 전에도 종목 선정부터 매수·매도 시점, 보유 기간까지 계획을 세워야 포모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모는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 앤드루 프지빌스키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 체계적으로 정의된 개념이다. 연구진은 포모를 '다른 사람들이 자신 없이도 더 가치 있는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속적인 불안감'으로 설명했다.
이후 포모는 행동경제학과 금융 분야에서 다른 투자자를 따라 매매에 나서는 군집행동과 비합리적 투자 심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반면 조모(JOMO·Joy of Missing Out)는 '놓쳐도 괜찮다는 즐거움'을 뜻하는 개념이다. 소비자행동학 연구에서는 모든 기회를 좇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는 심리 상태로 정의한다.
2022년 미국 저널오브컨슈머어페어즈(Journal of Consumer Affairs)에 실린 '마음챙김(Mindfulness)' 연구에선 포모를 줄이고 조모를 높이면 정신적 웰빙과 삶의 만족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워싱턴주립대 크리스 베리 심리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텔레매틱스 및 정보학 보고서'에 실은 연구 논문에도 조모는 사회적 비교를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과 긍정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관점에서 조모는 급등하는 종목을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원칙으로 사용하게 됐다.
김 변호사는 "좋은 투자는 모든 기회를 잡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투자 원칙에 만족하는 마음이 바로 조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사용되는 조모는 원래 의미와는 달리 '조롱'의 의미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 급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차라리 투자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18차례 발동됐고, 서킷브레이커도 5차례 시행됐다. 일부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의 90% 이상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은 포모보다 조모가 유행", "포모는 못 사서 불안한 것이고 조모는 안 사서 다행인 것",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기쁨"이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안 산 사람이 승자', '현금이 최고의 투자'라는 표현과 함께 고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을 조롱하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승장에서 포모에 휩쓸려 반도체와 레버리지 상품에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본 사례가 적지 않다"며 "급등장과 급락장 모두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