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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H 셀프개혁 대신 외부기관에 맡겨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8 18:10

수정 2023.08.28 18:10

잇단 자구안 신뢰만 무너져
환골탈태하는 혁신 보여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출입기지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출입기지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철근 누락 사태 여파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수술을 받게 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수술 견적은 매우 크다. 우선 LH의 경우 전관 문제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를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기로 했다.


대대적인 구조개편은 자업자득이다. 철근 누락이 불거진 뒤 원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밝힌 LH의 셀프 개혁이 국민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인천 검단신도시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단지를 전수조사키로 했지만 조사 결과는 부실 그 자체였다. 전수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단지들이 뒤늦게 드러나 신뢰감을 잃었다.

이어 건설 이권 카르텔 논란이 일어나자 대대적인 조직 혁신으로 반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곧 만료되는 이사들의 사표 수리 카드를 내세우며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국민을 속이려 했다. 나아가 건설 카르텔의 핵심인 전관 업체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 제한에 그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LH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서 원 장관은 가능한 개혁을 총동원할 태세다. 문제는 개혁이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보여주기식에 그칠 위험이 크다. 개혁은 효과가 있어야 한다.

먼저, 자구책으로 내부개혁을 도모하는 방식은 물 건너갔다. 이미 셀프 개혁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제는 공신력 있고 투명한 외부기관에 개혁의 메스를 맡겨야 한다. 외부기관의 구성도 뒷말이 나오지 않게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자칫 외부 개혁안이 봐주기식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으면 큰 낭패다. 개혁도 전관 문제라는 작은 프레임에 국한해선 안 될 일이다. 원 장관이 언급한 대로 사업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꿰뚫어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혁 과제 선정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원 장관은 LH뿐만 아니라 국토부, 주요 산하기관들을 모두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 카르텔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삼는 게 맞다. 그러나 태풍의 눈은 LH다. LH가 환골탈태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일만 해도 엄청나다. 전방위적으로 구조개혁을 펼치다가 전시성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시간도 국토부 편이 아니다. LH 구조개혁에 시간을 끌다간 주택공급 일정이 뒤틀릴 수 있어서다. 이미 3기 신도시를 비롯해 LH가 추진하는 공공주택사업 스케줄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신도시 공급 일정이 틀어지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
LH를 바로잡으려다 시장이 흔들리면 국민들의 원성만 살 것이다. 이번 개혁 선언이 LH가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는 심정으로 해법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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