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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자국이기주의 더 강해진다는 헤리티지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8 18:05

수정 2023.09.18 18:05

대선 어떻게 되든 ‘아메리카 퍼스트’
우리 여야도 똘똘 뭉쳐 국익 챙겨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내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자국 이기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이 되든 민주당 소속이 되든 미국 중심주의 기류가 거세진다는 말이다. 동맹국인 한국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달 발간한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다룬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 이런 관측이 담겼다.

보고서는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한국에 영향을 미칠 핵심 내용을 추려보면 대략 3가지다.
먼저 국방부 정책제안 가운데 미 동맹국들이 재래식 방어에서 훨씬 더 큰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을 대원칙으로 삼았다. 그 대상국으로 대만, 일본,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스라엘이 지목됐는데 한국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우리 정부에 대한 방위비 부담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부담을 압박했던 점이 떠오른다.

중국을 미국의 전체주의 적으로 규정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은 군사, 경제, 외교, 기술적으로 없어선 안 될 파트너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에 맞서는 미국의 견고한 동맹이 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나아가 4개국(미국, 인도, 일본, 호주) 협의체인 쿼드(Quad)에 다른 역내세력도 참여시켜 공통 관심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쿼드 플러스'를 고려하라고 제언했다. 이런 구도를 따르자면 한국은 우리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미국 주도의 구심체에 합류해야 하고, 중국과는 더욱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더 냉혹해질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경제 관계는 다시 생각할 게 아니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의 정면충돌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과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디커플링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경제적 이득을 고려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강경노선에 따라 이익을 챙길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미국 정치권의 노선 일치다. 헤리티지재단의 보고서는 보수당의 관점을 담았지만 민주당 역시 자국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면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동맹국과 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해외 기업들의 미국 유치 독려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 발동으로 자국 중심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노선은 이념적으로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평화와 자유를 외치면서도 결과적으론 미국 중심주의에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기·승·전·미국' 문법을 쓰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여야가 이념을 앞세워 하루가 멀다 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데 여념이 없다.
우리 정치권도 '안보경제'라는 큰 틀에서 '기·승·전·한국'으로 협치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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