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왜 우리만 마약검사를 받아야 하죠?"..일선 경찰 '부글부글'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6 06:00

수정 2023.11.16 06:00

올 8월 마약투약 추정 경찰관 사망사건 발생
경찰 임용단계부터 실제 근무시 매년 정기 마약검사 의무화 법 개정 움직임
다만 지난 6월까지 최근 5년간 경찰 마약 범죄 '1건' 불과
'마약단속은 경찰만 하나. 왜 경찰만 때리나' 일선 경찰 반발
전문가 예산문제 지적도 나와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문모씨(35)가 지난 9월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문씨는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강원경찰청 소속 A경장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뉴시스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문모씨(35)가 지난 9월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문씨는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강원경찰청 소속 A경장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강원경찰청 소속 A경장이 추락해 사망했다. A경장이 당시 해당 아파트 세입자가 주최한 모임에 참석해 의사와 대기업 직원 등 25명의 사람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일었다.
모임 주최자인 정모씨(45)와 모임에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31) 등 관련자 3명이 이미 재판에 넘겨졌으며, 경찰은 추가 참석자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용산 경찰 추락사 사건 이후 경찰청에서 경찰관을 상대로 정기 마약검사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움직임까지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취지는 국민생명 보호와 안전 확보, 범죄 예방이라는 경찰관 신분 특성상 임용 단계부터 실제 임용이후에도 마약 검사 등 검증시스템 신설 등을 통해 사전에 결격사유를 걸러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경찰 내부에선 '마약관련 수사를 경찰만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경찰만 정기 검사를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관련법안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 5년간 경찰청 소속 마약혐의 1명 적발

15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경찰청 소속 공무원 수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1명에 그쳤다. 그나마도 직접 투약한 사례가 아니다. 경찰관 A씨는 2019년 갑상선 수술 후 불면증 치료 중인 지인에게 자신의 명의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제공한 혐의로 적발됐다.

하지만 올해 용산 경찰 추락사 이후 경찰청에서는 별도의 대책 마련 중에 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경찰관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마약검사를 하는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경찰 내부 반발이 거세자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경찰 내부 게시판을 통해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마약 검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내부적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매우 '간이한 방식의 예방적 점검' 정도를 검토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경찰조직 내부에선 잠재적 마약 범죄자로 치부하는 데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정치권에선 경찰관에 대해 매년 마약 검사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14일 경찰관이 국민 생명 및 신체, 재산보호와 범죄 예방, 수사 등 그 직무와 신분 특수성에 비춰 경찰관 채용 당시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매년 경찰공무원에 대한 마약류 투약 여부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해 경찰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높이고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마약수사 종사자 빼고 왜 경찰만 검사를?"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발이 거세다.

현직 경찰인 A씨는 "마약범죄 수사를 하는 주체가 마약을 하는 게 문제라면 국가정책 차원에서 마약범죄 수사를 다루고 있는 검사, 특별사법경찰 등 모든 종사자가 다 (마약검사를)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근본적인 처방이라든가 시스템을 되짚어 봐야지 마약 관련 수사에 투입돼 매일 고생하는 대상자들을 상대로 또 검사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에서도 용산 추락사 사건이 불거져 해법을 제시해야 할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경찰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면 내부의 반발과 예산 문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어 "전국 경찰이 13만명 정도 되고 1인당 검사비용이 1만원이라고 치면 13억원"이라며 "예산이 확보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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