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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DSR 도입에 가계대출 줄어들까, 은행권 "부동산 경기가 최대 관건"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7 16:38

수정 2023.12.27 18:53

연소득 5000만원 차주 30년 만기 주담대
대출한도 3.3억→2025년 2.8억..한도 16%↓
가계대출 수요, 한도보다 '부동산 경기' 관건
銀 "내년 부동산 경기가 대출 증감 최대 관건"
하반기 韓·美 금리인하도 차주 선택에 변수
장기적으로는 銀 여신전략 변화 가능성
2022년 5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의 모습. 2022.05.02. 사진=뉴시스
2022년 5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의 모습. 2022.05.02. 사진=뉴시스

스트레스 DSR 도입 이후 내년 차주 대출한도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스트레스 DSR 도입 이후 내년 차주 대출한도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스트레스 DSR 도입 이후 2025년 차주 대출한도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스트레스 DSR 도입 이후 2025년 차주 대출한도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년 2월말부터 고정형을 제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될 예정인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수요를 좌우하는 최대 관건을 '부동산 경기'로 지목했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금융당국 당부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스트레스 DSR 도입이 영업전략에 큰 변수가 아닐 뿐더러 은행권의 가계대출 감소로도 직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금리가 변동되는 모든 대출에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은행 여신 영업전략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 "가계대출 감소 직결되지 않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2월 26일부터 신규 취급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부터 스트레스 DSR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 차주 대출한도가 2~4%, 하반기에는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동산 경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에는 부동산 경기 영향이 가장 크다"라며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냐 아니냐에 따라 은행의 가계대출 증감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아무리 대출한도가 줄어도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면 주택 매매 수요가 높을 것"이라며 "제도 도입만으로 은행의 영업이익 감소나 여신전략 변화를 말하기에는 부동산 경기 등 다양한 복합적 요인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상승기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미리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다. 금리가 변하지 않는 모든 대출(변동·혼합·주기형)에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간 가장 높은 가계대출 금리와 현재 금리를 비교해 1.5~3% 사이에서 결정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스트레스 금리의 25%, 하반기에 50%를 적용하고 2025년부터는 100%를 적용한다.

연 소득 5000만원인 A씨가 내년 상반기 30년 만기 주담대(분할상환방식·변동금리)를 받으면 최대 한도는 3억1500만원으로, 당초 3억3000만원에서 1500만원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이 100% 적용되는 2025년에는 대출 한도가 2억8000만원으로 5000만원(약 16%) 줄어든다.

銀 여신전략도 변화? 고정금리 대출 비중↑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와 질적 구조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강조한 만큼 은행권도 스트레스 DSR 도입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올해 중반부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여신 영업전략에 이미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것도 변수다. 결국 고객들이 내년 금리인하를 기대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선택할 경우 은행에서 막을 도리가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 은행에서는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와 내년 금리인하로 순이자이익(NIM)이 줄어들 걸로 전망한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형 뿐 아니라 혼합형과 주기형 대출상품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은행이 영업전략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여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금리가 5년 이상 유지되는 상품에는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지 않아서 은행에서도 고정금리 기간이 높은 상품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고정금리 채권이 많을수록 자산 듀레이션(duration)이 커지기 때문에 재무적인 관점에서는 부담이 된다"면서 "대출상품 설계나 영업방식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졌다"라고 짚었다.

한편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이후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은행 가계대출은 한달 새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는 △6월(+6조9000억원) △7월(+5조9000억원) △8월(+7조원) △9월(+6조1000억원) △10월(+5조7000억원) △11월(+5조8000억원) 늘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46조5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같은 기간 12조4000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1개월간 33조9000억원 늘어 대출잔액이 1091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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