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쿠팡, 블랙리스트 왜 만들었나"..고용부 특별감독 카드 '만지작'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08:00

수정 2024.02.20 08:00

문건 실존·근로기준법 위반소지 여부 쟁점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와 언론인 등을 관리한 의혹을 받는 쿠팡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와 언론인 등을 관리한 의혹을 받는 쿠팡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감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진행 중이다.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여부가 감독 여부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위법소지 판단시 특별근로감독 전환

고용부 관계자는 20일 쿠팡의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만약 문건이 실존한다면 왜 만들었는지 등을 알아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쿠팡 블랙리스트는 지난 13일 MBC가 "쿠팡이 1만6000여명의 실명과 연락처, 취업 배제 사유 등 개인정보가 담긴 'PNG리스트(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운영해 왔다"고 보도하며 알려졌다. 블랙리스트를 통해 노동자의 재취업을 방해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현재 고용부의 기초조사는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만약 이 조사에서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특별근로감독으로 전환된다.

특별근로감독 여부는 실제 문건의 존재 여부와 근로기준법 40조에 대한 위법소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 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마켓컬리·CJ대한통운 의혹은 모두 무혐의

기업의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켓컬리는 지난 2021년 일용직 노동자의 성명·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을 작성하고 채용대행업체에 이를 전달해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운영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마켓컬리는 당시 이 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했지만 근로기준법 40조와 관련해 '자사의 직원 채용시'에는 취업을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2022년 1월 마켓컬리 직원과 회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CJ대한통운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택배기사의 재취업을 방해한다는 고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사만 활용 했을 때 위반인가하는 부분은 명확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법문에 '누구든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라고 되어 있는데 자사의 채용 기준을 세운 것도 포함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엄연한 범죄…회사 고유권한 아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퇴직 뒤에도 취업을 방해 받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노동자가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는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의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회사는 퇴사를 방해·종용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자동차회사의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 A씨는 소장의 갑질에 항의하며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건의 사항을 작성해 제출했다가 퇴사했다. 이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제보했다.

B씨는 고용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가 고용주에게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 받았다.
이후 B씨는 이직했으나 고용주는 새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B씨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상담에서 "무섭고 두려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블랙리스트는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엄연한 범죄"라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영을 결코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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