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2년째 폐지 중 "여가부, 어디로 가야하죠?"[기자수첩]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3:44

수정 2024.02.22 13:56

2년째 폐지 중 "여가부, 어디로 가야하죠?"[기자수첩]

[파이낸셜뉴스] "폐지든 유지든 빨리 결정돼 불안해하지 않고 일에나 전념하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놓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당시부터 여가부 직원들이 줄곧 하고 있는 얘기다. 벌써 2년이나 됐다.

이 기간동안 여가부는 방황했다. 곧 없애려는 곳에 국제행사를 맡겨놨으니 잘 될리 없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부터 김행 장관 후보자 낙마까지 아픈 일만 있었다.
계속되는 풍파를 맞으면서 직원들도 지쳐갔다.

이 와중에 수장마저 잃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여가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줄곧 '마지막 장관'을 자처해온 김현숙 장관의 사표가 지난 20일 수리되면서다. 지난해 9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5개월 만이다.

후임도 없다. 여가부는 신영숙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바뀐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처리가 불가능하자 '차관부처'로 무력화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뒤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강한 뜻인 셈이다. 애초 국가 공무원 인재개발원장 출신이자 인적자원 관리 전문가인 신 차관을 석 달 전 임명할 때부터 부처 폐지를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장관과 차관의 업무는 다르다. 부처 일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관이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현안에 대처한다면 차관은 부처 내 직원 관리나 전문분야에 일을 집중하는 식이다. 가뜩이나 부처 분위기가 흉흉한 상황에서 그것도 외부 출신인 신 차관 혼자 업무를 감당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도 존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부처를 장관 없이 운영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않다.

만약 윤 대통령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도 필요하다. 야당은 여가부를 폐지할 의지가 없다.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뒤집지 못할 경우 여가부 직원들은 계속되는 존폐 위기 속에 일할 동력을 상실할 것이 자명하다.

이미 부처들 사이에서는 '여가부가 일을 안한다'는 말이 나오는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부처 공무원은 기자에게 "부처들끼리 회의하는데 여가부는 달랑 보고서 한장 들고 오더라고요. 공무원 생활 중에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라고 귀띔했다.

이참에 여가부의 구조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젠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 폐지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을 다시 검토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여가부를 폐지해도 성 평등과 여성인권의 후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가부 존폐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도 동반해야한다.
부디 정부가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 당시 논란을 잊지 않길 바란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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