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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돼야 결혼 늘어… 아이 낳고 키울 여건 중요" [인구UP, 다시 플러스로]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7 18:17

수정 2024.03.17 18:17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이 말하는 저출산 해법
"기업 '가족친화경영' 앞장서고
국가가 지원 늘려 활성화 해야
출산 불이익 없는 시스템 구축
삶의 만족도 함께 끌어올려야"
"출산·육아로 직장 내 불이익땐
여성들은 출산 포기하거나 중단
경력단절 안되게 고용안정 보장
육아휴직 유연화·자동개시 필요"
0.72명.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킨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올해는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아직 반등의 기회는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총력을 쏟는다면 출산율 반등은 가능하다. 가장 절실한 것은 일·가정 양립의 보편화다. 17일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저출산 분야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인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을 만나 우리나라 초저출산 극복의 실마리를 풀어봤다.
이들은 한국의 저출산 해법으로 일·가정 양립을 최우선 과제로 짚었다.

"가족친화경영은 국가가 이끌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독일 등의 상황을 보면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인식전환이 늦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하게 되면 국가가 지원하는 형태도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육아휴직 제도를 유연화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30일씩 2회 분할 이렇게 경직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이슬란드는 육아휴직을 2주씩 여러 번 분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당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일·가정 양립"이라며 "일·가정 양립은 곧 유보통합, 늘봄학교, 가족친화경영 확대"라고 말했다. 그는 "일·가정 양립이 돼야 하나 낳은 사람이 둘 낳고, 결혼을 늘릴 수 있다"며 "그동안 저출산 극복에 예산을 쏟아부었다고들 하지만 많이 쓴 건 없다. 여성의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상징적으로라도 국고(재정투입)를 넣어서라도 확실하게 하겠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면서 "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은 부영그룹 같은 '출산지원장려금 1억원'보다 출산을 한 근로자가 사내에서 아이 낳지 않은 경쟁자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불이익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민숙 조사관은 "문제의 원인이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근로여건에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정책 등은 출산율 상승과 지속적인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육아휴직 유연화와 육아휴직 자동개시 제도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 조사관은 "육아휴직을 필요로 하는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하였을 경우 사업주의 별도 승인 없이, 신청을 승인으로 간주하는 육아휴직 자동개시가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합계출산율이 절망적이다. 반등이 가능할까.

▲정재훈 교수=출산율 수치는 올라갈 수 있다. 합계출산율을 산출하는 공식을 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40대 후반 연령대에서 빠져나가게 되면 출산율은 올라간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출산율이 올랐다고 정책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오판이다. 출산율이 반등한다고 해도 지금 같은 인구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통계청이 지난해 추계했던 2070년 3300만명까지 떨어진다.

▲허민숙 조사관=국가와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다면 반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정의 총선공약과 같이 제도를 개선하고, 당장의 현금성 지급도 늘린다면 출산과 양육환경이 다소 개선될 것이고, 그렇다면 출산율이 반등할 여지도 존재한다. 그런데 당장의 출산율 상승도 중요하지만, 출산율 상승의 지속성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분석도 이에 기인한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 결혼·출산 기피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정=일·가정 양립이 안 되는 부모 모습을 보고 큰 게 원인이다.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안되는 상황을 봤으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아예 접는다. 기성세대와 사회제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아빠와 엄마의 역할 변화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도 있다. 아빠는 돈만 벌어오는 게 아니라 아이와 접촉을 많이 하는 역할을 하려고 하고 엄마는 아이 돌봄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사회적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지만 기성세대나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

▲허=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가장 큰 원인을 지목해서 답변하는 것이 곤란한 면이 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아이 낳고 키울 사회적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 낳고 키울 여건'이란 물론 높은 집값, 사교육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의 삶'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불이익을 초래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중단한다. 아이를 낳으면 노동시장에서 불리해진다. 출산이나 자녀양육이 예견되는 자를 아예 채용하지 않거나, 출산과 육아가 직장 내 불이익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의 새 저출산대책에 꼭 담겨야 할 부분은.

▲정=0.60명대라는 수치가 현실화되자 다들 공황상태에 접어든 느낌이다. 아이 낳으라고 막 현금을 쥐여준다. 아이 키울 비용에다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가야 한다. 사실 저출생 극복대책은 많이 나왔다. 출산, 양육에 필요한 순수한 금액은 사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다 지원해 준다. 경쟁격화 때문에 청년세대들이 희망을 못 보는 게 문제다.

▲허=이미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자를 위한 모부성휴가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 개인이 부모페널티에 희생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저출산대책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할 때 출산율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마지막 탈출구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근로여건 조성이라고 봐야할 때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 여성과 남성 모두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이 희생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환경에서라야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규성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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