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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장기 원전 로드맵, 정치에 망가지지 않게 정교함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2 15:10

수정 2024.03.22 15:10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서 열린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 TF 킥오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서 열린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 TF 킥오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050년까지 바라보는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원전 로드맵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갖고 향후 추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중장기 원전 로드맵 연내 수립, 원전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훼손된 원전 생태계를 정상화하고 원전 산업의 비약적인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윤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됐다.
지금 필요한 건 과감한 추진력과 속도감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원전 르네상스 시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추세도 탈원전 기조에서 친원전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난, 기후위기 돌파구를 원전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선 세계 첫 원자력 정상회의까지 열렸다. 유럽에서 원자력에만 초점을 맞춘 정상급 회의는 이전까지 없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30개국 대표단과 업계가 대거 참석했다. 외신은 이 회의를 두고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행사"라고 평가했는데 그만큼 원전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원전 가동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며 "원전 수명 연장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기술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과 판단이 세계 주류적 흐름이 됐다. EU는 앞서 지난달 탄소중립산업법 최종안에 원전을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 미국, 일본 등 22개국은 지난해말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는 데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할 에너지 소비량를 대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지금 구글 검색을 모두 생성형 AI로 할 경우 필요 전력량이 아일랜드가 한 해 소비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는 통계도 있다. AI의 방대한 데이터처리와 서버 유지도 에너지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가 에너지 관련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친원전 속도전에 정치권도 힘을 합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과속으로 입은 국가적 손실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전 정상화에 비협조적이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신설을 위한 특별법 역시 야당 반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원전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저장시설에 저장하고 있으나 이미 시설은 포화 상태다. 이대로 6년 후면 원전 가동이 멈추게 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을 속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장기 원전 로드맵은 다시는 정치가 산업을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구성돼야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연구와 자유로운 토론을 바탕으로 최선의 답을 찾길 바란다. 안전사고 예방책도 충실히 담아내야 한다.
원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방면에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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