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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돈이 없다'… 고물가·고금리에 소비부진 길어진다 [갈길 먼 내수회복]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8 18:06

수정 2024.04.08 18:06

수출 회복에도 소비부진 양극화
소매판매 줄고 소비자심리 악화
국제유가·환율도 물가상승 압력
수출 회복 흐름, 내수 확산 미약
소비부진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소매판매는 감소하고, 서비스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미미하다. 소비자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수출개선 온기의 내수 확산을 기대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 해소가 경제정책의 주요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측된다.

8일 민관 경제기관들은 수출부문은 개선세이지만 소비는 부진할 것으로 대체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4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회복이 지체되고 있으나 수출이 정보통신(IT)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회복 지체 문제를 우선적으로 제기할 정도로 소비부진 등이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의 '한국 2월 산업활동 동향 관련 해외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IB들은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 성장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민간소비 회복 지연 등이 전체 경기회복세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 노무라 등이 이 같은 시각을 견지했다.

KDI에 따르면 소비 관련 지표는 마이너스 일색이다. 올 들어 2월까지 평균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했다. 이와 함께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101.9)보다 낮은 100.7을 기록했다.

소비가 이처럼 주저앉은 것은 가계가 쓸 돈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은 전년 대비 1.8% 늘었다. 하지만 의식주 중 하나인 먹거리 물가상승률은 6%대였다. 물가불안에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해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환율 등 대외변수도 소비개선에 부담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모두 지난 5일 기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 가격이고 두바이유는 싱가포르 현물거래 가격이다. 각각 91.17달러, 90.89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입원유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 23일(배럴당 92.34달러) 이후 가장 높다. 일부에서는 중동정세 불안, 산유국 감산 등의 영향으로 100달러를 뚫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제조업 원가와 운송비, 냉난방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가격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소비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악화되면서 상승세다.

정부는 소비부진이 수출개선 온기 확산, 소비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아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년동기 대비로 올 3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세다.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어 수출호조는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온기 확산의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수출 온기의 내수 확산은 미미할 것이란 예측 또한 제기된다. 수출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업종은 고용유발효과 등이 크지 않다. 내수영향력이 그만큼 작다.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자동차 업종은 승용차 판매가 줄어드는 등 업황이 부진하다. 소비부진이 그만큼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인하를 해야 하지만 미국 연준 움직임 등을 감안했을 땐 한국은행이 빠른 시일 내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며 "물가를 최우선으로 안정시킨 후 (금리인하 대신)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소비진작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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