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의료계 '내분' 조짐..차기회장, 전공의 대표 모두 '엇박자'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09:06

수정 2024.04.09 09:06

의대 증원 규모 통일된 의견 내지 못해
비대위와 임현택 차기회장 사이도 '갈등'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당선인 /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당선인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조정에 여지를 두며 대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계는 내분 조짐이 보이면서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의대 증원의 유예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증원 규모에 관해서는 "만약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라고 재차 밝혔다. 증원 규모 조정에 '열린 결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대화 상대인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정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재 의협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 사이 갈등이 불거졌다.

비대위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의협의 '운전대'를 잡을 임 회장이 이런 움직임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내홍이 일고 있다.

임 회장 측인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공문에서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라고 했다.

임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중요한 시기에 저와 합치된 의견이 나갈 줄 알았는데, 제 의사에 반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라며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비대위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 '1년 유예안'을 제안했다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엇박자를 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그동안 (의료계가)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제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곳에 모여서 목소리를 내려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임 차기 회장과 박 위원장이 의협 비대위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임 차기 회장은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라고 보지만, 임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단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응급의료 현장이 한계에 직면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이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전국 44곳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상황도 좋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안과나 산부인과 등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6곳에 달한다. 4일(15곳)보다 1곳 늘었다.

의료진의 피로도 극에 달하고 있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 336명을 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설문한 결과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비율은 응답자(253명)의 87%에 달했다.
이 가운데 주 100시간 이상 진료한다고 답한 비율도 11.9%나 됐다.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우려한 각 의대는 비대면 강의 방식으로 속속 개강하고 있지만, 한동안 의대 강의실에서 '새 학기' 분위기는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수업을 운영하는 의대는 전날로 14곳(전체의 35%)으로 늘었지만, 대부분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진행한 대학의 경우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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