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이동한듯 환각 일으켜 GPS세포 변화 관찰
정신·신경질환으로 인한 환각증상 치료 기반 마련
정신·신경질환으로 인한 환각증상 치료 기반 마련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사람이 그대로 있음에도 이동한 것처럼 환각을 일으켜 뇌 속 '위성항법장치(GPS) 세포'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이를통해 뇌 영상 분석으로 환각 증상의 객관적 진단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환각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표적을 제시한 것으로, 새로운 치료 약물이나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문혁준 박사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위성항법장치(GPS) 처럼 자신이 위치한 장소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격자세포와 장소세포가 있다. 일명 GPS 세포들은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위치에 따라 차례로 반응한다.
인간은 상상이나 환각을 통해 실제 움직이지 않아도 자신이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이른바 순수인지적 위치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 속 GPS 세포의 반응은 이러한 인지를 유도하거나 확인할 수 없는 쥐 등의 동물실험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다. 더욱이 기존에 GPS 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두개골을 열고 뇌 속에 전극을 삽입해 개별 세포의 움직임을 측정해야 했다. 때문에 순수인지 과정의 인간 GPS 세포 활성에 관한 연구와 이해는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실시간으로 MRI 스캔을 하면서 가상현실(VR) 기술로 시각과 촉각 등 여러 감각 신호 자극을 결합함으로써 환각상태를 만들어 위치가 변한 것처럼 느끼게 했다.
이러한 환각상태에서 격자세포의 변화를 분석했다. 또 각 피실험자의 환각 경험은 실험 후 질문지와 그들이 경험한 자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행동 지표를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환각에 의해 일어난 자기 위치 변화가 그에 상응하는 만큼 격자 세포가 반응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문혁준 박사는 "실제로는 그대로 있었지만 여러 감각을 자극한 것만으로도 자기 위치가 변한 것 같은 환각과 격자 세포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라고 말했다. 즉 인간 뇌 속 GPS 좌표가 신체의 물리적 위치 뿐만아니라 다양한 인지 활동과 경험에 따른 위치 정보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문 박사는 "다양한 정신질환이나 신경 질환으로 인한 환각 증상의 뇌 기능적 메커니즘 이해를 통해 해당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비침습적 신경 자극 치료를 개발하기 위한 후속 국제협력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혁준 박사팀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블랑캐 교수팀과 함께 거둔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PNAS'에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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