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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사고

"조퇴 할게요"..손 떨며 전화하던 산후도우미, 보이스피싱 직감한 경찰 아빠가 구했다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6 06:00

수정 2024.05.06 09:31

이준석 기자
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산후도우미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속아 수천만원을 건넬뻔했으나 집에 있던 아기 아빠인 경찰관의 재빠른 판단 덕분에 피해를 막았다.

3일 강원 홍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9시께 산후도우미로 한 가정에 처음 출근한 50대 A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의 아들은 "사채를 썼다가 갚지 않아 감금당했다"며 "당장 2000만원이 있어야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의 전화를 받은 A씨는 사색이 된 채 허겁지겁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절대 전화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에 A씨는 손을 심하게 떨며 집에 있던 아기 아빠의 휴대전화를 빌려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다.

그는 아기 아빠에게 "일이 생겨 가봐야 한다"고 말하며 조퇴했다.


A씨가 전화를 빌렸던 아기 아빠는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37) 경사였다.

전날 당직 근무를 선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 경사는 이를 이상히 여겨 조퇴한 A씨에게 연락했으나 계속 통화 중이었다.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김 경사는 통화기록에 남은 A씨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이 분명하다고 알렸다.

김 경사는 A씨가 남편과 만나기로 한 장소를 파악한 뒤 곧장 112에 신고해 피해를 막았다.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조직은 휴대전화 뒷번호 8자리만 일치하면 같은 번호로 인식해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을 표시하는 스마트폰의 취약점을 이용해 A씨를 범행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외에서 수신되는 전화는 차단되도록 A씨의 휴대전화 설정을 바꿔주고, 예방법을 알려주는 등 후속 조치를 했다.

김 경사는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알려져 부끄럽다"며 "피해를 보지 않으셔서 천만다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만큼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면 항상 의심하고 경찰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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