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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시가 아까운데 흘러가는 국민연금 골든타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2 18:19

수정 2024.05.22 18:19

6년 후엔 자산 팔아 연금 지급해야
21대 국회에서 1차 개혁 완료하길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당장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6년 후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투자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연금 제도개선 공청회 자료집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사정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나 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 국민연금 총수입은 137조원이고, 총지출은 79조원이다.
137조원 가운데 보험료 수입은 76조원이고, 나머지 61조원은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 운용수익이다. 투자 운용수익은 현금이 아닌 평가가치일 뿐이어서 연금을 지급하려면 3조원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투자자산을 매각해 3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이라 주식 등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이 주식 매각에 나서면 그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결과적으로 연금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평가액이 하락하고 연금고갈 시점도 빨라진다.

물론 현재의 국민연금 재정 상태로는 언젠가는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2041년이 적자 예상 시기이므로 그때부터는 보유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을 완수해도 적자와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뿐이다. 그렇더라도 개혁을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연금개혁을 놓고 여야는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재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받는 돈(소득대체율)에서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40%에서 44%로, 더불어민주당은 45%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을 받은 시민대표단의 안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50%다.

사실 여야의 의견 차는 1%p에 불과하다. 고갈 예상 시기를 놓고 보면 여야의 차이는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어느 한쪽의 안으로 서로 양보하기가 어렵다면 중간치에서 타협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합의에 이르러도 적자와 고갈 시기를 8~9년 늦출 뿐이지만 좀 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우선 합의를 보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길이다. 예상되는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우리의 선택지다.

싸움질만 하고 무위도식한 21대 국회는 그래도 성과를 남기려면 국민연금 개혁안을 남은 6일 안에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통과시켜도 흡족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은 통과시키고 다음 국회나 차기 정권에서 다시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세대 간 의견 차로 인한 갈등이다. 그렇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안처럼 연금을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과 분리해 미래세대를 위한 별도의 연금을 만들자는 방안이다.
기성세대는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고 미래세대는 적게 받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논의해 온 개혁안을 완전히 무효로 하고 제3의 방안을 다시 마련해 결론에 이르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듯이 기왕에 진행해 온 개혁은 1차로 마무리 짓고 곧바로 2차 개혁을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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