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 경기가 지난해 저점을 찍고 서서히 회복 중인 가운데, 내년에는 가계가 경기 회복에 따른 온기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경제 상황 평가에서 한은은 "내년에는 물가 안정과 통화 긴축 완화 등으로 소비 중심의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에 체감 경기도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6일 블로그 글에서는 "앞으로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보다 균형을 이룬 성장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면서 "내수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회복 온기를 더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조사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기는 지난해 2분기(4~6월) 저점을 찍은 뒤 완만한 속도로 회복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 추세 변동을 제거해 순수한 경제 성장 흐름을 보여주게 보정한 GDP 순환변동치를 보면, 우리나라 경기는 2022년 초반에 고점에 다다른 뒤 빠르게 하강해 지난해 2분기에는 저점을 형성했다.
이후 올해부터는 추세와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다는 우려가 세간에서 빗발치는 것은 내수-수출 간 온도차로 인해 경제 주체들이 지난 1년 반 동안의 경기 회복을 좀체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간의 경기 회복이 수출 위주로 이뤄진 반면에 내수는 갈수록 부진해졌기 때문에 수출 부문의 온기가 내수로 전파돼 체감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블로그 글을 작성한 한은 조사국 소속 송병호 차장·김윤재 조사역은 "일각에서 경기동행지수 하락세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하강 국면이라고 주장하나, 동행지수는 전체 경제보다는 주로 내수 경기를 반영하는 특징이 있어 최근처럼 수출 호조가 성장을 견인하고 그 영향이 원활히 파급되지 못하는 경우엔 실제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GDP 순환변동치가 아닌 GDP 성장률로 판단해도 현재 경기는 회복 국면에 있다"면서 "다만 GDP 중 내수 부문만을 살펴본 내수 순환변동치를 산출해 보면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이 향후 내수 온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본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간 경기 회복을 발목 잡았던 고물가 현상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하회했다.
여기에 지난 2년 동안 세계 경제의 돈줄을 조였던 주요국 통화 긴축 기조가 지난 3분기부터 완화되기 시작했다. 국내외 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 투자가 활발해지고, 가계의 소비 여력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 11일 한은도 1년 넘게 같은 수준으로 묶어온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특히 고물가가 해소돼 실질 임금 상승률이 오르면서 가계의 지갑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송 차장과 김 조사역은 "하반기 민간소비는 생활물가 둔화와 임금 상승세 확대로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한은 분석 결과, 가계 실질 노동소득 (취업자 수×1인당 평균임금 /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올해 1분기 마이너스에서 2분기 플러스로 돌아섰다. 사실상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이 최근 경기가 가장 좋았던 2022년 3분기(경기동행지수 기준)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이 같은 가계 실질소득 개선은 연말을 기점으로 국민들의 경기 회복 체감 폭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송 차장과 김 조사역은 "내년에도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수출은 그간 높은 증가세에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물가 안정 기반이 다져지고 금리도 낮아짐에 따라 민간소비 회복세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면서 "그 결과 내년에는 GDP 성장률보다 민간소비가 더 높은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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