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 전 이동통신사 출입기자 시절 얘기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담합 혐의를 적용해 거액의 과징금 제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동통신 3사가 내부정보를 공유하면서 장려금 상한선을 임의로 정하고, 번호이동 규모를 조정했다는 게 공정위가 잡아낸 담합 혐의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재를 준비하는지 재고해 줬으면 한다. 2015년이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막 발효된 시점이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구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유도해 비싼 단말기를 싼값에 팔면서 한달 10만원이 넘는 비싼 요금제를 강제해 통신비를 높이고, 일부 소비자에게만 100만원 이상 지급되던 보조금과 장려금을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가 투명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법이다. 방통위는 단통법이 제대로 시장에서 작동하는지 살피기 위해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숫자를 매일 파악했다. 번호이동 숫자가 시장의 과열을 파악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였기 때문이다. 당시 방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전 국민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통법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이런 노력 덕에 지난 10년간은 '보조금 대란' '휴대폰 성지 오픈런' 같은 기사는 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방통위 지휘와 단통법에 따라 시장 안정을 꾀했던 활동이 공정위로부터 담합이라고 혐의를 받는 셈이니, 시장은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싶다.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공정위의 당연한 임무다.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통신산업에 특수규제기관을 둔 이유는 공정거래법만으로는 효율적으로 통신산업을 규제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역부족인 원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신산업에는 특수규제기관의 의도를 반영해 주는 게 우선이다. 공정위가 이동통신 3사에 들이댄 이번의 담합 잣대가 특수규제기관의 입장을 무시한 채 다분히 경직된 원칙을 고집부리는 것 아닌가 신중히 재고했으면 한다. 공정위의 경직된 잣대로 더 이상 방통위 지휘가 안 먹혀 다시 '불법 보조금 대란, 소비자만 호갱' 기사를 준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이벤트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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