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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어쩌다…무리한 인수합병에 '부침'(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03.04 16:03

수정 2025.03.04 16:03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모태…매출로는 이마트 이어 2위권 사모펀드 MBK, 2015년 고가 인수 후 불안정 지속…지난해 5천억원대 손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어쩌다…무리한 인수합병에 '부침'(종합)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모태…매출로는 이마트 이어 2위권
사모펀드 MBK, 2015년 고가 인수 후 불안정 지속…지난해 5천억원대 손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4일 전격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법원으로 개시 결정을 받은 홈플러스는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다.

30년 가까이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139480]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간 재무 악화로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거치는 등 굴곡진 역사를 겪었다.

홈플러스는 1997년 출범한 삼성물산[028260]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이 그 모태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은 그해 9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열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닥치면서 암운이 드리웠다.

정부의 대기업 사업 구조조정으로 홈플러스도 매각의 태풍 앞에 놓였다.

결국 삼성물산이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과 함께 지분의 49%를 넘기면서 홈플러스는 합작법인 형태로 새 출발 하게 됐다. 이후 삼성물산은 남은 지분마저 테스코에 순차적으로 매각하며 사실상 유통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을 밟았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출처=연합뉴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출처=연합뉴스)

테스코를 등에 업은 홈플러스는 2005년 영남권 슈퍼마켓 체인인 아람마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홈에버 매장을 일괄적으로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2011년에는 테스코가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홈플러스는 100% 테스코 자회사가 됐다.

당시 홈플러스는 전국에 140여개 대형마트와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 등을 갖춘 종합 유통 채널로 성장했다. 대형마트업에서는 매출(2014 회계연도 8조6천억원) 기준으로 이마트[139480]에 이어 2위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테스코 체제의 홈플러스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모회사인 테스코가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영업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려 이듬해인 2015년 다시 매물로 나오는 처지가 됐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곳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다.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천억원에 홈플러스를 품었다.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출처=연합뉴스)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출처=연합뉴스)

인수 비용 중 2조2천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MBK가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간 이후 재무적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상당한 부채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사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정적으로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소비 침체 장기화 등의 직격탄을 맞아 쇠락의 길을 걸었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 영업손실 1천994억원, 당기순손실은 5천74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3개 회계연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손실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만 5천931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6조9천315억원으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직후인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7조9천334억원) 대비 12.6% 감소했다.

MBK는 특히 홈플러스 인수 후 기대한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아 인수금융 등의 채무 변제에 어려움이 생기자 수익성이 좋은 '알짜' 점포를 팔기 시작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출처=연합뉴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출처=연합뉴스)

MBK 인수 후 폐점한 점포 수는 14개다. 이 중 9개는 자산유동화를 위해 부동산을 통째로 매각한 것이고 나머지 5개는 임대차계약 종료로 영업을 종료한 점포다. 폐점한 점포 중에는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과 같이 매출면에서 상위권에 있던 점포들도 있다.

MBK가 이들 점포를 팔아 갚은 채무액은 4조원가량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MBK는 최근 그나마 수익이 나는 슈퍼마켓까지 분할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홈플러스가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11월부터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정산해주기로 하면서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홈플러스의 납품대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얘기가 유통업계에서 돌았다"며 "돌아보면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의 전조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대규모로 상품을 납품하는 식품업계도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부 식품회사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출처=연합뉴스)
[그래픽]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출처=연합뉴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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