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노년의 '태극기 부대'가 아스팔트로 나왔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엔 2030 남성 일부가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앞으로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현실의 광장에서 애국을 외친 그들은 '극우'인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애국을 외치면서 서부지법에 침입했고, 헌재를 협박했던 이들은 나라를 사랑했던 걸까. <뉴스1>은 애국을 외치는 2030 극우 '애극청년'들을 만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해 봤다.
(서울=뉴스1) 신윤하 김민수 남해인 권진영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4달간 온라인에서 시정 요구를 받은 불법·유해 글이 357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이후 차별·비하 글로 가장 많은 시정 요구를 받은 포털은 보수 성향 2030 남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이후 심각하게 분열된 국론이 폭력적으로 분출하는 가운데, 보수 성향 커뮤니티들이 혐오 발언과 선동의 진원지가 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국론 분열' 세 달 만에 유해글 3576건…'차별·비하 시정조치' 디시 156건, 네이버 0건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2월 31일까지 주요 포털 및 플랫폼(네이버·카카오·디시인사이드·일베·에펨코리아)별 시정 요구를 받은 불법·유해 글은 △네이버 3138건 △디시인사이드 238건 △일간베스트 121건 △카카오 77건 △에펨코리아 2건 등 3576건이다.
계엄 이후 극심해진 국론 분열과 사회적 혼란은 온라인상에서도 드러났다. 불법·유해 글은 계엄 직후 3개월 동안 평년 대비 상당히 많은 수준으로 온라인에 게시됐다.
계엄 전인 2023년(4758건) 한 해동안 올라온 불법·유해 글 건수의 4분의 3이 계엄 3개월 만(3576건)에 올라왔다. 최근 5년간 주요 포털 및 플랫폼별 시정 요구 건수는 △2020년 7683건 △2021년 4300건 △2022년 7560건 △2023년 4758건 △2024년 8856건 등이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계엄 직후 차별·비하 글로 가장 많은 시정 요구를 받은 것은 2030 청년들이 다수 이용하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였다.
계엄 이후 세 달간 차별·비하로 시정 요구를 받은 사례는 디시인사이드가 156건, 일간베스트가 97건, 에펨코리아가 1건이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계엄 이후 두 달 동안 차별·비하로 받은 시정 요구는 0건이었다. 하루 4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형 포털인 네이버보다도 보수 커뮤니티들이 차별·비하로 훨씬 많은 시정 요구를 받은 셈이다.
탄핵 정국 '정치글 130배 급증' 폭력 요람 된 디시…주요 이용층 2030
계엄·탄핵 정국에서 과격해진 2030 보수 지지층들이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혐오 표현과 불법적인 유해 글을 무분별하게 공유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디시인사이드를 통한 2030 보수의 정치적 움직임은 이번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졌다.실제로 탄핵 정국에서 활성화된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과 국민의힘 갤러리(국힘갤 등의 주 이용자들은 2030 청년층이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미정갤의 연령별 검색 비율(네이버 기준)은 81.3%가 2030이었다. 국힘갤도 65.1%가 2030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보수 지지층의 구심점이 되는 미정갤의 한 달 게시물 개수는 탄핵 정국에서 130배 증가했다. 미정갤의 게시물 수는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2547건이었지만, 12월엔 2만 3378건, 올해 1월엔 33만 502건, 2월 24만 5728건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력을 얻은 2030 극우 세력은 단순히 집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정부 기관 난입 선동 글과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 음모론을 퍼뜨린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 사흘 전에 서부지법 담벼락 높이와 후문 출입로를 분석한 글을 올린 데 이어, 2월엔 헌법재판소 내부 평면도를 올리고 폭동을 모의하는 글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더 이상 '키보드 워리어'로서 모니터 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글들은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유튜버,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 모두의 '지침'이 돼 안전을 위협했다.
전문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움직이는 2030 보수의 폭력적 선동이 탄핵심판 선고 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특정 계층에 있어선 기성 언론이나 지상파, 공영방송보다도 온라인 커뮤니티가 영향력이 더 큰 게 사실이라 앞으로도 정치 선동에서의 온라인 커뮤니티 역할은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좌표를 찍는다거나 신념을 퍼뜨리는 식의 목적으로 쓰이기 위해선 기성 언론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 강력하고 전략적인 미디어가 된다"고 말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불법 계엄의 가장 큰 폐해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서로 죽일 듯 싸우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상대의 존재와 권리를 존중하는 토양 위에 꽃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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