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로운 것은 최근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각종 규제완화책 등을 내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본 구마모토현은 2021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구마모토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일대가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반도체 핵심 생산거점으로 단숨에 탈바꿈했다. 일본 정부가 TSMC 구마모토 1공장 건설에 투입한 보조금은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건설비의 절반에 가까운 파격적 지원금만큼 놀라웠던 것은 속전속결로 해결된 토지·산림 등 개발제한지역 규제완화였다. 2023년 당시 가마시마 이쿠오 구마모토 지사가 산업용지 전용 등을 담은 긴급요망을 정부에 전달한 지 두 달여 만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원활한 토지이용을 향한 규제개혁에 임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자체가 농지나 삼림 등 개발에 제한이 있는 '시가화 조정구역'에도 건설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일본의 반도체 부흥전략은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먹거리 전 영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 시작부터 촘촘히 쌓인 규제와 마주한다. 이를 뚫어내는 만큼 투자의 시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AI용 데이터센터가 단적인 사례다. 규제가 풀리긴커녕 오히려 강화됐다. 10㎿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전력을 공급받을 때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전력계통 영향평가 규정이 기존 신축뿐 아니라 증설에도 적용된다. 각종 규제로 해외기업 유치도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 경쟁력 향상은 단순히 기업이 지닌 기술력과 투자능력에 기대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를 맞아 일본처럼 우리도 때론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원정책 시행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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