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농담 가운데 빌 게이츠는 땅에 떨어진 100달러를 줍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20여년 전 연수입을 기준으로도 매 초 150달러를 버는 부자인 만큼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억만장자에게 붙는 농담 같은 손익계산은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작용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 빈곤층은 빌 게이츠와 같은 이유로 일하는 것을 포기한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동시에 나라에서 받는 지원금이 중단돼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다. 다시 일을 하지 않는 생활로 돌아가 지원금을 되갚을 능력이 없을 만큼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 또는 계속해서 소득을 얻어 수급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이다. 참석자는 후자를 선택했고 '디딤돌 소득'을 통해 4명의 자녀 가운데 벌써 2명을 대학에 보냈다.
서울시는 획일적인 기초수급 대신 적은 소득을 보전하는 '디딤돌 소득' 모델을 실험 중이다. 두 번째 길을 선택한 2000여가구가 '디딤돌 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총재산 3억2600만원 이하 가구 중 기준 중위소득 85%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기준 중위소득 85%'와의 차액 절반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생기더라도 기준점 이하라면 계속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총소득 상한선을 정해둔 만큼 스스로 버는 돈이 많아질수록 지원금을 줄여나간다. 받는 돈이 줄어도 버는 돈이 늘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하는 일에 지원금을 얹어준다면 목표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바뀐다. 실제로 2023년까지 지원을 받은 가구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이전보다 높은 소득을 얻었다. 8.6%는 아예 수급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에 올라섰다. 기존 수급제도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0.22%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원금 대신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가난에 선을 긋는 획일적인 지원은 때로 어려움을 고착화하는 '누름돌'이 되기도 한다. 땀 흘린 대가가 나라가 규정한 빈곤에 속할 경우 많은 이들은 굳이 가난과의 싸움을 선택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리를 증명하는 책임은 제도에 있다. 가난을 보호하는 울타리보다 이를 넘을 때 밟고 올라설 '디딤돌'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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