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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국민 지갑 닫았다 왜?' 내수소비 30년간 '계단식 하락'...OECD '꼴찌'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3 15:47

수정 2025.04.23 15:47

OECD 경제규모 1조 달러 클럽 중
韓 GDP 중 내수 비중 12개국 중 11위
1996년을 정점으로 소비 성장률 계단식 하락
자료: 대한상의, 한국은행
자료: 대한상의, 한국은행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의 내수 소비가 지난 1996년 이후 30년간 '계단식'으로 하락해 왔으며,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지 않는 한 장기하락 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발표한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수소비는 1996년을 정점으로 추세적 하락을 나타내왔다. 특히,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한 단계씩 소비 성장률이 확연히 낮아지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1988~1996년 9.1%였던 평균 소비 성장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4.5%(1997~2002년)로 낮아졌고, 2003년 카드대란 이후 3.1%(2003~2007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2.4%(2008~2019년)로 낮아졌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반토막 수준인 1.2%까지 떨어졌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 모습. 연합뉴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 모습. 연합뉴스

소비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 내수 비중은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승용차, 가전 등 소비 확산으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2002년을 정점(56.3%)으로 하락추세를 지속하다가 2021년 47.1%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의 내수소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23년) 38개국 중 28위이며, 경제규모가 1조 달러를 넘는 12개 국가 중에서는 11위로 최하위다. 우리나라보다 내수소비 비중이 낮은 국가는 이스라엘, 체코,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 인구 1000만명 이하의 내수시장이 협소한 국가들 정도다.

길거리를 걷는 노인 모습. 뉴스1
길거리를 걷는 노인 모습. 뉴스1
내수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고령인구 증가 △가계자산 부동산 집중 △산업 고용창출능력 약화 등이 지목됐다. 상의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00년 7%에서 2024년 20%까지 빠르게 증가했으며, 고령층의 소비성향 자체도 빠르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2006년 4·4분기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은 81.3%였으나 2024년 4·4분기에는 64.6%까지 낮아진 것이다. 가계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있는 것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계부채는 2002년 말 465조원에서 2024년 말 1927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산업구조 발전,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과거에 비해 제조업 고용 여력이 약화된 것도 내수시장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대한상의는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단기대응으로는 '공격적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AI, 소프트웨어 등 중간재 서비스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늘어나는 고령층의 소비여력 확충 대책 마련과 함께 생산·소비·납세를 담당할 있는 해외 인구 유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내수시장은 경제의 변동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그간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이 반복돼 왔지만 소비 둔화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만큼, 경제 구조개혁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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