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언급한 젤렌스키에
"러와 평화협상에 해로운 발언"
인도 간 밴스 부통령 한술 보태
"美 제안 수락 안하면 손 뗄 것"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게 빼앗긴 영토에 집착하지 말고 종전에 임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협상할 수 있지만 항복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미국의 입장을 환영했다.
"러와 평화협상에 해로운 발언"
인도 간 밴스 부통령 한술 보태
"美 제안 수락 안하면 손 뗄 것"
■트럼프 "11년 전에 싸웠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전날 젤렌스키의 발언을 언급하고 "오래 전에 잃어버린 크림반도에 대한 발언은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매우 해롭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누구도 젤렌스키에게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크림반도를 원한다면 어째서 우크라이나는 11년 전에 총 한발 쏘지 않고 러시아에게 그 땅을 넘겨줄 때 싸우지 않았나?"라고 적었다.
젤렌스키는 22일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이는 우리 헌법을 위반하는 일"이라며 "이 곳은 우리 영토이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토"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게서 이러한 제안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않았다면서 해당 제안이 도착한다면 "즉시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서방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대표들이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대표들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미국이 러시아가 2014년에 불법으로 합병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조건을 담은 종전 협상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빼앗긴 영토도 러시아 차지
인도를 방문 중인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23일 한술 더 떠 우크라이나가 2022년 이후 러시아의 침공으로 상실한 약 20%에 달하는 영토 역시 포기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밴스는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매우 분명한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들이 받아들일 때이며, 그게 아니라면 미국은 손을 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살인을 멈추려고 한다. 현 상황과 비슷한 수준에서 영토 경계선을 동결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물론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 소유한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밴스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확실히 미국의 계속되는 중재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상호작용하고 있지만 평화 협상과 관련해 미묘한 차이가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3일 소셜미디어 발언과 별도로 기자들과 만나 "내 생각에 러시아와는 합의를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와 협상을 했다면 더 쉬웠겠지만 지금까지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협상은 하겠지만 항복은 하지 않겠다"면서 러시아가 전열을 정비하고 재침할 기반을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협상을 압박했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단은 지난 17일 파리 회동에 이어 23일 영국 런던에서 유럽 및 우크라이나 대표들과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루비오와 위트코프는 이날 갑작스럽게 회동을 취소했고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만 참석했다.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루비오는 3년 전 의회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못하게 막는 법안을 주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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