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의 결정, 테스토스테론이 생식기를 바꾼다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25/202504251446296499_l.png)
테스토스테론의 첫 역할은 성별의 결정이다.
아마도 다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의 순간,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난자는 모두 X염색체를 갖고 있고 정자는 X 또는 Y 중 하나를 갖고 있다. 난자가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수정하면 태아는 여자가 되고, Y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수정하면 남자가 된다.
그런데 이 염색체가 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어 태아의 생식기를 남성의 것으로 혹은 여성의 것으로 발달하게 하는 걸까? 바로 이 생식기 분화에 테스토스테론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태아의 생식소는 임신 초기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러다가 임신 6주에 접어들 무렵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먼저 Y염색체 속의 SRY(sex-determining region Y) 유전자가 발현되어 고환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환의 세르톨리 세포는 뮐러억제물질을 분비하여 자궁, 질, 나팔관 등 여성형 생식기의 발달을 퇴행시킨다. 또 고환에는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 세포가 있어서 8주 정도면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테스토스테론 생산량은 12~18주 사이에 피크가 된다.
이 시기 남자 태아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혈액 1데시리터당 249나노그램에 이른다. 이것은 거의 성인의 수준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Y염색체가 없는 태아는 임신 7주부터 자궁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때의 자궁은 아주 소량의 에스트로겐을 생산할 수 있으나 거의 무활동상태다.
여자 태아도 이때 소량의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다. 부신에서 만들어진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이 소량 만들어지기도 하고 산모의 부신, 난소, 지방에서 만들어진 테스토스테론이 태아에게 전달된다. 여자 태아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혈액 1데시리터당 29나노그램으로 남자 태아의 10분의 1 수준이다.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생산되고 이에 맞는 호르몬 수용체가 충분히 존재하면 남자의 성기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여자 태아는 테스토스테론도 많지 않고 수용체도 충분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의 성기로 발달한다. 빠르면 임신 14주 정도면 초음파로 태아의 성기 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임신 18~21주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테스토스테론은 또 다른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어 전립선과 그밖의 외부 생식기 구조를 만들어낸다.
또한 출산 2개월 전에 복강에 있던 고환이 음낭 내로 내려가는 정소하강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것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해낸다. 이처럼 테스토스테론은 성별을 만드는 결정적 인자다.
여성 생식기로 발달하는 데에는 별다른 호르몬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X염색체만 있으면 그대로 여성이 되고, Y염색체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이 다량으로 분비되면 남성으로 발전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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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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