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돌아올 생각 없다'던 이들이 협상?"…복귀 전공의들 '직격'

뉴스1

입력 2025.04.26 06:31

수정 2025.04.26 06:31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된 17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관련 발표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 2025.4.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된 17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관련 발표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 2025.4.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책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지금도 병원에 있는 전공의입니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김영석 전공의(가명·38)는 25일 뉴스1에 최근 의료계 집단행동과 협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전공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수개월 뒤 병원에 복귀했다. 짧은 개원가 경험과 진료현장의 공백을 체감하며 수련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의료계의 감정적 대응이 아닌 실질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성준 전공의(가명·34)는 애초에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어렵게 들어온 마이너과 수련의 자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을 볼모로 삼는 방식의 단체행동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 전공의는 모두 전공의 집단행동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고, 내부 소통이 폐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공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온라인 회의 했다고는 하지만, 병원별 상황이 워낙 달라서 일괄된 대응이 어려웠다"며 "결국 몇몇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게 곧 집단행동의 명분이 됐다"고 비판했다.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박지은 전공의(가명·29)도 "(전공의들) 단톡방은 지시만 있었고, 커뮤니티는 격앙된 주장만 넘쳐났다. 사실 집단행동 초기에만 단톡방을 같이 운영했지, 나중에는 단톡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조차 몰랐다"며 "명확한 대안 없이 분노만 커졌고, 신뢰를 잃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두 전공의 집단 사직이 죄는 아니지만, 장기 미복귀는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공의는 "(퇴사가) 권리일 수는 있어도, 환자와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한 두 달 내엔 돌아왔어야 한다"며 "1년의 시간 동안 수련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현장에 있지도 않는 사람이 정책을 바꾸겠다면서 나서는 것은 더 무책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전공의도 "현직 전공의만이 정책 테이블에 나설 자격이 있다"며 "이는 마치 일류 대기업을 퇴사한 '백수'가 갑자기 나타나서 회의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하는 우스운 꼴"이라고 덧붙였다.

"'시험지 족보' '블랙리스트'…의사 사회 폐쇄성 보여줘, 바로 잡아야"

인터뷰에 응한 전공의들은 하나같이 동료 전공의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공의 또한 일부는 그의 복귀를 환영했지만, 다른 일부는 그를 경계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 계속 남아있던) 인턴, 간호사 선생님들은 저를 박쥐 보듯 보는 경우도 있었다"며 "동료들 사이에서 신뢰를 다시 쌓는 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의사 사회 내부의 폐쇄성과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가장 큰 상처였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공의는 "블랙리스트가 진짜로 돌았고, 누구는 어디 병원에서 복귀했다더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이 어땠다더라 하는 소문이 동년배 의사들 사이에서 돌았다"며 "그래서 병원에 남은 친구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부터 지우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이 전공의는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참의사 리스트'나 '감귤' 같은 조롱은 의사 집단 내부의 문제를 드러낸다"며 "동료에 대한 배신감이 커졌고, 의료계가 자정력을 회복하려면 이런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폐쇄적 '족보' 문화를 걷어내고, 개방적이고 능력 중심의 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족보란 의과대학의 수업 내용과 시험 기출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주로 학생회, 동아리 등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 이는 의대생 집단행동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의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세 사람은 "수요는 인정하되, 근거는 부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공의는 "필수의료는 공공성을 띠는 만큼, 정책 결정도 사회적 책임 아래 논의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전공의는 "의료는 기업이 아니기에 수치만 앞세운 접근은 위험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세 전공의는 각자의 다짐을 밝혔다. 김 전공의는 "우리는 다 같은 전공의였고, 동료였다"며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환자와 의료계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공의도 "젊은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정치가 아닌 환자 곁에서 답을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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