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이 28일(현지시간) 결국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오후 시작된 대규모 정전에 따른 것이다.
이날 이베리아 반도 두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대규모 정전으로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밤 11시 현재 스페인 절반만 전력이 복구됐다면서 나머지 절반은 11시간 넘는 정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 통신이 끊기고, 철도 운행은 중단됐으며, 도로 교통 신호등도 멈췄다.
전력망 완전 복구에는 앞으로도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앞서 정전 원인을 찾지 못해 신속한 복구가 어려울 것을 전망한 산체스 총리는 여전히 전력 복구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전력업체 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인 시각으로 오후 12시30분 정전이 발생하면서 전력 수요가 돌연 10기가와트(GW) 넘게 급감했다. 유럽 역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정전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날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이날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 스페인 남부 기온이 돌연 급격히 높아졌다. 고온은 전선의 전력 수송 능력을 제한한다.
스페인 전력업체 레드 엘렉트라의 서비스 책임자 에두아르도 프리에토는 이 시간 동안 스페인 전력망이 유럽 대륙 전력망과 단절이 됐다면서 이로 인해 전력망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대국민 성명에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소셜미디어 대신 당국의 성명에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또 휴대폰 사용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산체스는 정전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밤 스페인 전력 시스템은 평상시의 절반 정도만 가동이 됐다.
스페인은 전력의 약 절반인 43%를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망과 저장능력은 스페인의 급속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계속 불안한 상태였다.
전세계가 지구온난화 속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전기차 등 전기로 이동하면서 늘어나고 있는 전력 수요가 대규모 인프라 확충 없이는 이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를 언제든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산체스는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촉발한 원인 가운데 60%는 아직 전문가들이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원인이 곧 밝혀지면서 전기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그는 전기가 끊기면서 100여개 열차에 갇혔던 승객 약 3만5000여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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