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취임 100일 기념식
3월 무역적자 231조 사상 최대
4월 소비자신뢰지수 5년來 최저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기업 불만
백악관 "수입차 중복부과 안 해"
3월 무역적자 231조 사상 최대
4월 소비자신뢰지수 5년來 최저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기업 불만
백악관 "수입차 중복부과 안 해"

'취임 100일'을 맞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기념 집회를 열고 자신이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100일"을 보냈다고 자랑했다. 반면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정책을 지켜본 기업인들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협상 오래 끌면 우리가 가격 정해"
폭스뉴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워런에서 취임 100일 기념 집회를 열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오늘밤 미국 역사상 어느 정부보다 가장 성공적인 100일을 보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국가의 중심부에 모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역사상 어떤 대통령에 견주어도 최고의 100일이다.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디트로이트가 위치한 정치 경합주로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았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이 "우리의 세금과 관세정책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 그들은 여기에 와서 공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공격에도 무역적자 여전
그러나 미국의 올해 1·4분기 경제 상황은 트럼프의 주장보다 어둡다. 미국 상무부는 29일 발표에서 미국의 3월 상품무역 적자가 전월 대비 9.6% 증가한 1620억달러(약 231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상품 수출은 전월보다 1.2% 늘어났지만 수입 규모는 5% 늘어나 3427억달러(약 49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트럼프는 앞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며 관세공격을 시작했지만, 기업들이 관세 발효 전에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입이 급증하고 적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같은 날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CCI)가 5개월 연속 하락, 전월 대비 7.9p 낮은 86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CCI는 매월 마지막 화요일 공개되는 경기 선행지수이며 1985년도 응답치를 기준(100)으로 정해 소비자의 경제전망 변화를 표현한다. 4월 CCI는 2020년 5월(85.9) 이후 가장 낮았다.
아울러 29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미국의 계절조정 기준 구인건수는 719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이자 시장 전망치(748만건)를 밑도는 수치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월가에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30일 1·4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를 공개한다. 모건스탠리는 1·4분기 성장률을 0%로 예상했으나 -1.4%로 전망을 바꿨다. JP모건은 0%에서 -1.75%로, 골드만삭스는 -0.2%에서 -0.8%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했다.
■불안한 美기업들, 관세완화 통할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보도에서 기업들이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는 트럼프 정부의 변덕스러운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미룬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미국 기업 관계자들로 구성된 정치 단체인 '리더십나우프로젝트'는 현지 시장조사업체 해리스폴과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공개했다. 지난 21~24일 실시된 조사에는 주요 기업에서 국장급 이상 직원 및 임원으로 일하는 미국 성인 308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4%는 현재 정치 및 법적 환경에 대해 매우(43%) 혹은 다소(41%) 걱정된다고 밝혔다. 정치 성향으로 보면 민주당(92%)과 공화당(81%), 무당파(82%) 응답자 전부 지금 상황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5%는 트럼프의 최근 행정 명령 및 정책이 자신들의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는 기업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악관은 29일 발표에서 수입기업들의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4월부터 시행한 수입 자동차 관세를 그 전에 시행한 철강·알루미늄관세, 캐나다·멕시코 국경 관세 등과 중복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미 중복 부과한 관세는 환급하고 5월부터 시행되는 수입 자동차 부품 관세의 경우 징수액을 줄인다고 공지했다.
한편 30일 FT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스티브 미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위원장이 지난주 헤지펀드 및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 15명과 비공개로 만났다고 전했다. 미란은 해당 회의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관세전쟁을 확장하자 급락세를 보였다. 익명의 회의 참석자는 해당 모임이 비생산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한 참석자는 관세와 시장에 대한 미란의 발언이 "일관성이 없고" 불완전하다고 묘사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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